"오늘도 마주한다/ 창가에 따라가면/ 띠를 두른 분산이 다가와 앉는다/ 능선을 따라가면/ 무수한 눈과 손이 모여 있다/ 돌 하나에 눈이 보이고/ 돌 하나에 손이 만져진다/ 산을 넘어야 하는 눈은 위를 보고/ 터를 지켜야 하는 손은 돌팔매의 거리를 재고 있다/ 분산성 모통이에 기침 소리 새어 나오면 아버지의 지문이 돌꽃으로 피어난다/
김해 출신 김결(본명 김미정) 시인이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첫 시집을 냈다.
책에는 총 4부 58편의 시(詩)가 담겨있다.
그래을까? 김결 시인의 적지 않은 시들은 시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들의 풍경을 소재로 삼고 있어 눈길이 자꾸 간다.
"그냥 걷기로 해요/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열고/ 밝아오는 아침 소리 듣기로 해요/ 시냇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구름 흐르는 사연 들어 보아요/ 계절의 발자국에 맞장구치며/ 오목조목 산책해요/ 은하수 건너 달려오는/ 당신을 위해 비워 둔 자리는/ 아직도 푸릅니다/ 그냥 걷기고 해요 우리."
김결 시인은 장거리 여행과는 달리 낯선 곳에 대한 셀렘은 없으나 익숙하고 친근한 풍경이 지니고 있는 장소는 무의식적으로 시간(변화)에 대한 성찰이 돋보일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그의 다수의 시(詩)들은 쉽게 해독할 수 없는 불편한 거리를 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집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김결 시인의 시법이 이른바 상대적 이미지의 시(詩)이다. 즉 객관적 상관물을 활용한 시정시로부터 출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텍스트예요 주기적으로/ 폭발하죠/ 사월에 눈이 내리기도 하고요/ 들끊던 용암을 가라앉히는 오늘/ 눈 내린 불면에 로그인을 하고/ 겨울 속의 분화구를 외면합니다/ 숱한 넷플릭스의 드라마와 마주하죠/ 사월은 불타오르거나 녹아내리고/ 소리 없이 모란이 다녀가고/ 떠난 이와 남은 자가 일으켜 세운 터미널만 남았죠/ 이제 나는 누구인가요/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기의(記意)를 헤체하는 독특한 발화를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을 더듬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생의 고독함을 이겨 내기 위해 또 다른 타자인 자신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독백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결 시인의 이러한 시(詩)의 발화는 타자화(他者化)된 자신에게 건네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것 같다.
따라서 어떠한 타자와의 소통을 주된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결 시인의 시(詩)들은 자유연상의 자동기술법을 차용하면서 언어를 통한 소통의 무망함을 즉물적(卽物的) 감성으로 대체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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