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우 이후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의 소속 부대장이었던 이용민 포병 7대대장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었다며 "전우를 지켜야 해병대원"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1년이 지나가는 가운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셈이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민 대대장은 "대통령은 장관 위증하도록 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사단장은 밑으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대대장도 책임 회피하면 될텐데 왜 반성하고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대장은 "저는 처음부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었다. 제가 (채 상병이 실종됐었던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지만 바로 (상황을 인지하고) 달려갔을 때 힘들어 하고 슬퍼하는 부하들을 봤을 때, 누군가가 부하들을 욕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며 "전우를 지켜줘야 해병대"라고 강조했다.
채 상병 순직 이후 수 차례 채 상병에게 찾아갔었다는 이 대대장은 심경이 어떠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제가 지난주 목요일에 퇴원했고 오늘도 약을 먹고 나왔다. 조금 안좋아지면 표현도 안좋아질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당시 작전에서 육군 50사단장에게 지휘권이 있었는데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이 끼어들어 지휘권을 행사했다면 그것이 항명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대대장은 "작전 임무 수행 상 (사단장 역할이) 제한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이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바둑판식으로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이것을 수중 수색 지시의 근거로 볼 수 있지 않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이 대대장은 "임무 수행할 때 지속되는 지시를 종합했을 때 그렇게 할 수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이 대대장은 수중 수색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는 정청래 위원장의 질의에도 "수중 수색(을 하라고) 오해하게끔 만든 사람은 7여단장 또는 그 위의 상급 지휘관으로 생각"한다며 "사단장, 여단장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는 대대장에 대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격려는 커녕 오히려 핍박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4일 대대장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3월 5일 김계환 사령관이 해병대 중령급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해병대는 하나인 줄 알았는데, 따로 국밥", "대대장이 사단장을 고발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며 이 대대장을 겨냥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사령관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따로국밥 이라는 말은 제가 잘 쓰지 않는 말이다. 그런 용어 쓴 적은 없다. 다시 한 번 찾아보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민감한 질문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소위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에게 전해 들은 뒤 이를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에게 전한 바 있냐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문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피의자 신분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이는 지난 2월 김 사령관이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를 재판하는 군사법원에 출석해 박 전 단장에게 'VIP 격노'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는 다소 다른 대목이다.
'VIP 격노설'은 지난해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라며 질책했다는 의혹이다.
박 전 단장은 이를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면서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날도 박 전 단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분명하게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0일에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종료된 이후 11일 김 사령관이 내부 전산망에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해병대 조직이 (채 상병 순직에)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원인도 밝히지 못하고 내외부적으로 복잡한 요소로 인해 정치 쟁점이 되고 있어 그게 아쉬워서 고민을 담았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은 전례를 찾기 힘든 정책 연수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령관은 소장의 계급으로 1년의 정책 연수를 간 사례가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질문에 "1년 동안 (정책연수) 간 적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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