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간 유사시 자동개입 조약 체결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라는 카드를 꺼내 든 윤석열 정부가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대강의 악순환을 통해 무모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외교부는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1일 오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Georgiy Zinoviev) 주한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하여,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계기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여 상호 군사,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김 차관은 북한이 수십년 간 불법적인 핵․미사일을 개발해오면서 우리에 대한 핵 사용 위협도 서슴치 않고 있는 상황임을 지적하고,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김 차관은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떠한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인 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러시아가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날인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암시한 데 이어 러시아 대사를 초치까지 하는 등 상황의 안정적 관리보다는 대결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을 두고 선을 넘는 과도한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논평을 통해 "북러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에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한 적 있다.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가 선을 넘었다고 단정하지만, 그 선을 윤석열 정부가 지금 넘으려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재검토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방산 수출 세계 9위지만 양국 간 정규전에 대놓고 무기를 수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가 지금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에서 타국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전혀 없는 조치"라며 "재검토하겠다면 반드시 국회를 통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사실상의 참전이다. 저 먼 지역 전쟁에 굳이 개입해 러시아의 적이 되겠다는 무모함이 놀랍다"며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강대강의 악순환은 우리 안보를 위협할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하게만 보이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먼저 상황을 안정시키고, 국민 불안부터 해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아직 시간과 여지가 있다. 북러 간 안보협력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맹에는 미치지 못하는 방어적 내용이었다. 아직은 실체가 없는 수사적 문구"라며 "푸틴 대통령 역시 정상회담 중 '동맹'이라는 단어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 파탄을 원치 않는다"라며 북러 간 조약 체결은 한국이 러시아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결론은 분명하다. 북러의 결속을 막고 싶다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며 "또 북러의 접근에 관해 불만과 우려를 지닌 중국과의 협력외교도 좋은 카드"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미일, 러시아에 대한 우리 접근은 작용-반작용이 아니라 만유인력이어야 한다.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변의 모든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은 한반도의 숙명"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보다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북러 밀착에 정당성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74년 전 강대국 패권싸움의 최전방에서 대리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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