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을 산 새만금잼버리대회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진상촉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여야의 시각이 상반하고 있어 처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0일 소속 국회의원 12명 전원(대표발의:김준형)이 '부산엑스포 유치실패 외교참사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데 이어 13일에는 조국혁신당 의원 전원과 민주당 국회의원 4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새만금잼버리대회국제행사 관리실패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새만금잼버리대회의 준비 및 관리부실이 불러온 국제적망신과 막대한 국가재정을 쏟아붓고도 유치에 실패한 부산엑스포는 결과적으로 국제행사 관리와 유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러 왔다고 지적하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하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실패 외교참사 진상규명 촉구결의안'은 주문에서 "국제박람회기구 165개 회원국 가운데 29표만 득표했던 부산엑스포 유치실패는 '외교참사'라 불릴만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또 "결과가 발표되기 전 정부가 선전했던 유치 가능성은 긍정적.희망적 태도를 감안하더라도 실제와 차이가 너무 커 정부의 정보 수집 및 분석과정에 대한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에 관한 어떤 반성도 없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새만금 잼버리대회 국제행사 관리실패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대표발의: 강경숙)도 "2023년 8월 1일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국민들에게 많은 상처와 좌절감을 남기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국제행사 관리 실패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폭염으로인한 온열환자 발생과 열악한 의료시설, 부족한 의료인력. 약품, 샤워실과 화장실 등 열악한 부대시설을 포함해 다양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영국과 미국 대원들이 조기에 철수하는 등 '국제망신'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으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 가지 진상규명 촉구결의안은 제안이유를 통해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냉철한 반성이 없이는 추후 국제행사 유치와 관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야기하는 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결의를 천명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 여당세가 강한 부산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야당이 정쟁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에 부산시의 부산엑스포 백서가 나오는 만큼 백서를 먼저 보고 국정조사를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간을 돌이켜 새만금잼버리대회 직후를 살펴보면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막을 내린 지 일주일 여 만인 지난해 8월 14일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원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대회라고 우기며 책임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제 해야 할 일은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사용된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 보는 것"이라면서 "세금을 도둑질한 자가 있다면 소속과 지위,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요즘 정치권의 유행어인 "돈을 떼어먹은 자가 주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초,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막을 내리자마자 여당에서는 "당시 전북도가 잼버리대회를 빌미로 국가예산 11조 원을 빼 먹은 것"처럼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전북도에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데 열중했다.
그 결과는 잼버리대회 종료 이후 불과 20여 일 만에 2024년 새만금 주요 SOC예산이 무려 78%나 삭감되는 황당한 결과로 이어졌으며 착공 후 30년이 지난 새만금사업은 또다시 최대 위기에 봉착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대회 무관하며 이는 새만금의 기본계획을 다시 그리는 ‘빅 픽처’일 뿐" 이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감사원은 잼버리대회 종료 다음 달인 지난해 9월 감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껏 감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2023년 말에 여야합의에 따라서 삭감됐던 새만금 예산 5100억 원 가운데 58%인 3000억 원이 복원됐지만 이마저 기재부는 새만금국제공항 등 일부 예산은 '수시배정예산'으로 총선 전까지 묶어 놓고 있다가 총선 이틀 전에 풀어주는 선심(?)을 베풀었다.
여당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자고 얘기하고 있지만 새만금잼버리대회 종료 이후 보여줬던 여당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향후 국제행사 유치전에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 부산엑스포 유치실패 역시 철저한 반성과 진상규명은 필요하지만, 엑스포 유치활동 백서가 나온 후에 국정조사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새만금잼버리대회에 대해서는 그런 기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임성진 전주대학교 교수는 당시 "어떤 정책이 실패했을 때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인데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정치적인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반면교사' 역시 필요에 따라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포장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셈이다.
'돈을 떼어 먹은 자가 주범'이라면 새만금잼버리 예산과 부산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비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새만금잼버리 총 예산은 1171억 원, 이 가운데 국비는 302억 원, 도비 등 지방비는 419억 원이며 전체 예산 가운데 34%인 399억 원은 잼버리대회 참가 대원들이 낸 참가비다.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2022년 2516억 원, 2023년 3228억 원 등 총 5744억 원이다. 새만금잼버리 대회의 다섯배 가량 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였는데도 유치에 실패했다.
'박빙'이라던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개표 결과 119대 29라는 충격적인 참패로 나타났고,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우리가 얻은 29표는 1표를 얻기 위해 198억 원이 들어간 셈이 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접수된 두 개의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이 담고 있는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두 행사를 위해 수 천억 원에 이르는 국고가 낭비됐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문제' 를 짚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잼버리대회 관리 실패와 부산엑스포유치 실패'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서 말 그대로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접수된 의안은 18일 현재 592건, 이달에 접수된 의안은 520건, 이 주에 접수된 의안만도 67건에 달한다.
국회가 속히 정상화 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국고 낭비 문제를 냉철하게 따져 묻고 책임자를 가려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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