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노동자 내부를 분리하는 것임에도 정주노동자들의 의식에 차별과 배제를 내면화되어가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주노동자 배제와 차별을 넘는 노력을 현장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이주노동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노동자 내의 단결과 연대를 고민하고자 <불법 사람은 없다>를 연재합니다.
이주노동자 부당해고에 함께 맞선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15년 전 2009년 4월 이야기입니다. 대한주택공사가 발주하고 삼환까뮤(현 까뮤이앤씨)가 건축을 담당한 광명시 소화리 신촌지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건축 현장에서는 정주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 힘든 조건에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강요된 저가 도급으로 몇 만원밖에 돌아가지 않는 일당을 보전해달라는 정주노동자의 요구가 있자마자 이주노동자를 부당해고하고, 이에 항의하는 현장의 노조 핵심 간부도 해고했습니다.
이에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는 이에 맞서는 투쟁을 결정합니다. 한국인이든 이주노동자든 따지지 않고 건설노조탄압에 맞서 힘들고 어려운 해고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원청회사 본사, 계열사, 하청회사가 공사하는 건설현장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1인 시위, 집회, 출근 투쟁, 퇴근선전 등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41일간의 투쟁 끝에 해고자들은 회사와 복직을 합의하고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주노동자 부당대우에 함께 맞선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대구 성서공단 한 식품공장에 취직한 이주노동자 A와 B씨는 근무하는 동안 공장 사장으로부터 성희롱과 임금체불을 당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은 평일 만근, 토요일 8시간 업무에도 최저임금을 받았습니다.
두 이주노동자들은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의 사무실 문을 두드려 노조와 함께 회사에 체불임금 지급과 성희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성서공단지역지회는 회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인근 공장 금속노조 가입 사업장도 연대했습니다. 10일이 지나자 사장은 성희롱에 대한 사과, 체불임금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해고와 부당한 대우를 했습니다. 당시 정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부당행위에 대해 함께 힘을 모아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설사 이로 인한 불이익이 생겨도 노동권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에는 함께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삼환까뮤(현 까뮤이앤씨) 이주노동자 부당해고에 맞선 건설노동자들은 “내 집안으로 들어온 짐승들은 잡아먹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며 이주노동자를 동료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다소 거친 표현일 수는 있지만, 지금이나 당시나 노동자로서 서로를 받아들이기에 주어진 일의 세계가 너무나도 힘없는 자들의 경쟁으로 놓여 있던 것입니다.
김희정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장은 “고용허가제가 아니었다면 한 업체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도 없다, 우리가 여기서 외친 것은 노동자가 하나라는 것,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같이 투쟁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소수자의 노동권에서 권리의 문제를 말하자
일의 세계에서 소수자가 겪는 문제가 그의 정체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비추어지면, 그 문제는 사회적 의제에서 나중으로 밀리게 됩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 주장이 장애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의 문제로 함께 이야기돼야 하는 것처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의 문제는 이주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수자가 겪는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만큼 노동권의 문제는 멀어집니다. 소수자가 먼저 경험하고 있는 차별적인 노동의 현실을 통해 노동의 권리가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노동자의 존엄할 권리를 위해 지금 함께 싸워야
앞서 소개한 두 사례처럼 노동권을 무너뜨리려는 자본과 권력의 시도에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맞서는 투쟁은 너무 중요합니다. 노동자로서 동료를 만나고 권리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는 정부의 부당한 노조탄압 속에서 함께 맞설 힘을 기르면서, 조직의 공통과제와 목표를 공유하면서 노동자로서 함께 존엄하게 일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힘없는 약자, 소수자들을 갈라놓으려는 정부 정책에 휘말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는 것이 정주노동자들이 할 일은 아닙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정부 정책과 자본의 시도에 단호히 맞서 규탄하면서 노동자의 존엄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자료 및 기사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소식지 [교회와 인권] “<이주민과 인권> 이주노동자 해고에 맞선 아름다운 연대” (2009.06.24) (http://www.cathrights.or.kr/news/articleView.html?idxno=4295) (작성자: 진춘환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안양군포의왕지회 사무장)
뉴스민, “‘성희롱·임금체불’ 성서공단 이주노동자, 금속노조 조끼 입었더니”, 박중엽 기자, (2023.07.28) (https://www.newsmin.co.kr/news/92044/)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정책TF 보고서 <노동/일의 세계>, 中총론 '모두의 존엄한 노동, 그리고 모든 일하는 사람의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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