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은 발달장애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2022년 9월, 경기도 여주에 푸르메소셜팜을 건립했습니다. 국내 첫 발달장애인 스마트팜으로 2020년 10월 착공하면서 16명의 발달장애 청년을 채용했고, 현재는 총 55명이 정직원으로 근무합니다.
푸르메소셜팜의 초기 목표는 발달장애 청년을 최대 60명까지 채용하고, 그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착공부터 4년, 정식 오픈 후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목표를 얼마나 이루어가고 있을까요?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푸르메재단은 지난해부터 한양대 임팩트리서치랩과 함께 사회적 성과 측정에 나섰습니다.
조사 기간은 2023년부터 총 3년. 최종 결과는 2025년에 나오지만, 임팩트리서치랩은 최근 지난 1년간의 조사를 통한 중간평가 결과를 우선 공개했습니다. 푸르메소셜팜·무이숲의 장애·비장애 임직원과 장애직원 보호자와 근로지원인, 푸르메소셜팜 건립을 담당했던 푸르메재단 임직원과 건립을 도운 기업 및 개인 기부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도출한 결과입니다.
특히 푸르메소셜팜·무이숲의 사회적 성과 측정을 위해 장애 직원 52명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설문조사가 진행됐습니다. 2022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와 비교해 장애 직원의 특성 및 만족도 평가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중간평가 결과를 보기 전에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 중 장애인 취업에 관련한 의미 있는 데이터들이 있어 먼저 소개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푸르메재단이 여러 장애 유형 중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든 것은 취업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표를 보면, 발달장애인의 취업 비율은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취업률이 이렇게 낮은 까닭은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미취업자 70%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요?
'돈을 벌고 싶다'(61%)는 대답이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고, 일을 배우고 싶다는 대답이 1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들 같은 마음 아닌가요?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에 장애·비장애는 없었습니다. 바로 다음인 3위를 차지한 이유가 유독 눈에 띕니다. '집에만 있기 싫다'(11.3%)는 것. 이는 푸르메재단이 발달장애 청년을 위해 푸르메소셜팜을 건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힘겨운 재활치료를 받으며 학교 교육까지 잘 마치고 성인이 되었지만, 더는 갈 곳이 없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발달장애 청년들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길을 찾고 싶었습니다.
취업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의미 있는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역시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거의 비슷한 비율의 발달장애인이 '당당히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들에게 일한다는 것은 사회의 한 일원이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겁니다. 이제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장애 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들여다볼까요?
푸르메소셜팜·무이숲의 장애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이유는?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장애인 직원의 평균 연령은 만 26.2세로, 만 29세 이하가 약 70%를 차지합니다.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94%, 대학교 졸업이 6%로,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전체 취업자 평균(고졸 이상 82%)보다 높았습니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을 경험한 비율은 75%, 일반학급으로 졸업한 비율이 25%입니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비율은 70%에 달했습니다. 이는 발달장애인 취업자 평균(41%)에 비해 1.7배 높은 수준입니다. 발달장애 중에서도 경증의 비율이 높은 것이지요.
이곳을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로 3명 중 1명은 '업무가 내 수준에 맞아서(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어서)'를 꼽았습니다.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잘 되어 있어서'가 뒤를 이었지요. 발달장애인에게는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능력에 맞는 업무를 주는 곳이 좋은 일자리라는 뜻이 아닐까요?
푸르메소셜팜·무이숲 직원들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하루 4시간씩 근무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길게 일하고 싶다고 답한 직원의 비율이 43%나 됐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체 취업자 평균(16.6%)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아래 표를 보면 이 답변에 의문이 생깁니다.
위의 표는 일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한 답변입니다.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직원들은 '일을 잘 할 수 있어서'(48%)라는 답변을 압도적인 1위로 꼽았습니다. 반면 앞서 미리 살펴봤듯이 발달장애인 전체 취업자 통계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푸르메소셜팜 직원들에게 돈을 버는 건 고작 3순위에 불과하거든요. 그럼에도 일을 더 하고 싶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직접적으로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여러 답변을 통해 그 까닭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 직원들의 75%는 '일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답했으며, 일하는 데 육체적·기술적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 각각 88.5%와 96.1%가 '적당하다, 힘들지 않다, 전혀 힘들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업무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1점(발달장애인 전체 취업자 평균: 3.65점),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4.4점으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현재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다는 직원이 94.2%에 달했습니다. 즉, 직원 개인의 능력에 맞는 업무를 부여하고 충분히 숙련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근무환경이 장애 직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더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2편에 계속)
*위 글은 비영리공익재단이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의 글입니다.(☞ 바로 가기 : http://purm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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