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 급등으로 인해 임금 인상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제고되면서 일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인력 부족 물결이 밀려오는 가운데 (기업 사이에) '초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산하 노동조합의 춘투 협상 내역을 중간 집계한 결과(5월 2일 기준), 춘투 이후 대졸 사무·기술직의 초임은 협상 전 대비 평균 5.68% 상승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2007년 이후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집계 내역에 따르면 초임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부문은 음식점을 포함한 서비스호텔업으로 10.34% 인상됐다. 제조업이 5.74%,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 상업유통 부문은 5.18% 올랐다. 다만 정보·출판은 3.04% 오르는 데 그쳤다. 기타 부문은 6.24%였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임금 인상률도 컸다.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의 초임 인상률은 6.43%였다. 300~999명 규모는 5.68%, 100~299명 규모는 5.39%, 99명 이하는 4.43% 올라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2%포인트가량의 격차가 났다.
과거 일본의 임금 체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돼 왔으나, 이번 인상에서는 일정 수준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신문은 지난 4월 1일 후쿠오카 은행 입행식에서 고시마 히사시 행장이 신입행원 230명 앞에서 "저부터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며 "여러분의 초봉은 21만5000엔(약 188만 원)이지만, 7월부터는 4만5000엔 인상해 26만 엔(약 228만 원)이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메가뱅크(거대 은행)가 지난해부터 초임을 5만 엔가량 올리자, 이를 따라잡기 위해 후쿠오카은행뿐 아니라 요코하마은행과 교토은행 등도 초임을 26만 엔으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이 같은 임금 인상 행렬 요인에는 우선 급격한 물가 인상이 있다. 일본은 초장기 이어진 디플레이션 국면을 탈출하면서 최근에는 인플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의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반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일본의 월별 물가상승률은 25개월 연속 일본은행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그로 인해 일본의 실질임금은 올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3% 떨어지면서 2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역대 최장 타이 기록이다.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일본 가계의 어려움이 이어지자, 사회적으로 이제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본 내에 형성됐다.
기업 실적 개선도 임금 인상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재무성을 인용해 "1~3월(1분기) 법인기업(금융업·보험업 제외)의 경상이익 평균은 전년 동분기 대비 15.1% 증가한 27조4279억 엔(약 240조 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종전 1분기 최대 기록은 지난해로 23조8230억 엔이었다. 2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투자 역시 활발하다. 일본의 1분기 전산업 설비투자는 전년 동분기 대비 6.8% 증가한 17조6628억 엔(약 155조 원)으로 12분기 연속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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