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신랑과 곤지를 바른 신부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합동 혼례를 치르는 신혼부부는 두 손을 놓지 않았다.
농협과 한의원, 미용실 등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하객으로 참석한 '특별한 결혼식'이 21일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익산시북부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재덕)에서 진행됐다.
5월 21일 '부부의 날'을 기념해 열린 결혼식에는 남성 모두 78세에 여성은 65~77세의 시니어 부부들로 그동안 여러 사정이 있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세 부부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그간의 삶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마련했다.
대상자는 함열읍과 낭산면·망성면 등 3개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추천받거나 복지관에 직접 신청한 부부 중에서 선정됐다.
특별한 결혼식에는 가족을 비롯해 지역사회 주민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따뜻한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역의 한 한의원은 세 부부의 힘찬 출발을 위해 한약을 작은 정성으로 제공했고 미용실은 부부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무료로 지원했다. 웨딩삽에서는 기꺼이 드레스와 사진 촬영을 제공했는가 하면 한 이벤트 회사에서는 꽃길 장식 물품을 공짜로 대여했다.
이렇게 특별한 결혼식을 위해 특별히 정성을 모은 곳만 △북익산농협 △삼손한의원 △북부노인복지관 협력증진위원회 △익산선화라이온스클럽 △익산시민경찰 9기 △전주씨앤엘웨딩 △전주한길이벤트 △제일자판기 △조이미용실 △푸른의료기 △하나은행 익산지점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 △KT전북지사 등 10여곳에 이른다.
한 부부는 "평생의 소망을 이뤘다. 이렇게 좋은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늦었지만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해준 복지관 측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 70대의 할아버지는 이날 복지관 측에 "내년에도 같은 행사를 하면 참여를 하고 싶다"며 신청 절차를 문의하기도 했다.
복지관의 이재덕 관장은 "뜻 깊은 결혼식 준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 저마다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다고 연락해 와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이번 결혼식을 통해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산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혼식을 위해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주고 축하해주시는 등 지역사회의 훈훈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열심히 사느라 조금 늦은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새로운 행복의 시작을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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