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정세현‧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새로운 통일담론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장관은 통일의 한 쪽 당사자인 북한이 통일을 사실상 거부한 상태에서 국가 정책 중 하나로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과 만난 김영호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3월 13일 제1차 수요포럼을 시작으로 새로운 통일담론 관련 본격적인 의견 수렴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며 "남북관계의 역사를 만들어 오신 선배 정부 장관님들의 말씀을 듣는 자리인 만큼 특별히 뜻하고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05주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자유, 인권, 보편 가치 확산이라는 의미에서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통일의 지향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 주도의 (통일) 의지를 표명하신 바 있다"며 "새로운 통일 담론은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이후 30년 간 변화된 통일 환경,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담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1977년 박정희 정부 때부터 (통일원 및 통일부에서) 일을 시작해서 여러 정권을 거쳐 남북관계가 좋았던 때, 험악했던 때, 한치 앞도 안보였던 시절 등을 겪으며 지금까지 북한 문제와 남북관계를 봐왔는데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장관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고생하는 장관에게 축하보다 위로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지금 남한과 관계를 완전히 걸어 잠그고 천리, 만리 도망가는 상황에서 통일이라는 문제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저는 실무자 출신이라서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지를 고민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고생이 많다"고 말해 정부의 새로운 통일담론 형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날 함께 자리한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지금 북한이 통일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났는데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통일은 민족적, 국가적 과제이자 역사적으로 계속 지향해왔던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에 통일을 위한 추구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통일 한반도는 자유가 뛰어놀 수 있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그런 한반도로 가야 한다는 목표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장관은 지난 3월 13일 제1차 수요포럼을 시작으로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을 만나 새로운 통일담론 형성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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