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언급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내리 이어져 온 민주당의 대표 정책이라는 점에서 '우클릭'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박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종부세에 대해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는 글에 공감을 표한 바 있다.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입장이 180도 뒤바뀐 것.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개인 입장",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9일 <한국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 틀에서 부동산 세제를 밀어붙여 실패를 경험했다"며 "종부세의 전향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6월 1일,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을 앞두고 실거주 1주택의 경우 종부세를 비과세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 후 대선을 향해가는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 사이 종부세를 둘러싸고 논쟁이 붙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해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고 한 글에 동조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던 지난 2021년 11월 "세계가 부러워 할 K-세금"이라며 "노무현의 꿈이 완성되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 글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보, 국가재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구재이 세무사가 쓴 글이다.
구 세무사는 해당 글에서 종부세를 "착한 세금"이라고 표현하며, "종부세를 내기 싫은가? 당장 부러운 1주택자가 되라"고 했다. 이어 "종부세가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과세가 집중되니, 집 한 채 있는 국민들을 괴롭게 했던 과세형평성이 크게 개선돼 '꽤 멋진 세금'이 됐다"고 주장했고, 박 원내대표는 구 세무사의 글을 공유하며 동조 입장을 편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2년 반 사이 드라마틱하게 입장을 바꾼 것과 달리,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서둘러 수습하며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의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담 폐지 방침에 대해 "박 원내대표의 그런 말씀을 보도를 통해서만 보았는데 당내에서 그 문제와 관련된 정책적 검토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우리 박찬대 원내대표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신(박 원내대표)의 의견보다도 훨씬 더 확대해석된 측면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원대께서 당에 제기하시면 의논하겠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는 논의된바 없다. 아마도 개인적 의견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린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건 아직은 없다"면서 "이 종부세와 관련된 원래의 취지가 초고가주택 초호화주택 한 1%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것이었는데 서울에 있는 아파트 가격이 워낙 올라가다 보니까 종부세 대상 기준이 상당히 많았아 이 부분을 조정을 해야 된다는 필요성은 늘 있어봤는데 그런 취지에서 얘기한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내용을 제가 더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종부세 폐지 언급이 논란이 되자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들에게 "종부세 관련 국민들의 요구사항들이 많이 있어서 민주당에서 그 부분 검토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며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는 부분인데, 그걸 확대 해석해서 결정적인 걸로 얘기하면 안 된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시민사회에서는 즉각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이날 "'1주택 종부세 폐지'로 부자감세에 동조할 셈이냐"고 비판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 이후 최고세율 인하와 과세 기준 상향 등 종부세 완화 조치가 이뤄져 현재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 주택(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공시가격 18억 이상)을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된다"며 "서울의 고가 아파트 소유자 상당수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이러한 상황에서 거대야당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들고 나왔다"며 "비록, 뒤늦게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171석을 차지해 입법 주도권을 쥔 거대야당 원내대표 발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부세는 수억원짜리 고가 아파트의 세금이 중형 자동차 세금보다 턱없이 낮은 불합리한 세제를 정상화하고, 집값 안정과 투기억제 등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는 무겁게 거래세는 가볍게 해야 한다는 오랜 요구와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도입된 바 있다"면서 "자산 보유에 대한 새로운 과세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1주택자 또는 실소유자 도그마에 빠져 종부세를 개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도 윤석열 정부와 함께 많은 부자감세 법안을 통과시켜왔다"면서 "이번에도 공평과세 원칙을 허물고 부자감세에 동조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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