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부임한지 11일만에 다시 귀국해 졸속 논란이 불거졌던 '방위산업협력 공관장 회의'에 7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이 회의 이후 대사 직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입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추진한 회의에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비례대표 당선인이 양기대 의원실을 통해 외교부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5~29일 열린 방산협력 6개국 공관장 회의에 △여비 약 6500만 원 △임차료 348만 원 △일반수용비 140만 원 △업무추진비 185만 원 등 총 7150만 원 가량의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해당 자료에서 "일부 공관 요청 소요경비(항공운임)에 대한 집행액은 정산 진행 중"이라고 밝혀 향후 정산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공관장 회의는 지난 3월 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즉각 귀국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 가야한다는 여당 내 여론이 커지자 귀국 명분을 갖추기 위해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지난 3월 20일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주관으로 3월 25일부터 주요 방산 협력 대상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 전 장관의 귀국을 알렸지만, 이마저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먼저 일정을 발표한 뒤에 공지됐다.
이에 부임지에 간지 11일 만에 이 전 장관을 다시 귀국시킬 정도로 회의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부임일자를 다소 늦춰서 회의를 한 뒤에 부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전 장관이 회의 참석차 입국한 지난 3월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의가 언제 정해졌냐는 질문에 "미리 방침이 정해졌다. 하지만 여러 부처 일정 상 다음주로 정해진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관이 해당 회의 참석 차 대사들에게 공무로 귀국하라는 지시는 언제 내렸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당국자는 "공관장 회의에 대한 내부적 절차까지 세세하게 공개하진 않는다"라며 "이 대사가 현지에서 귀국하는 일정은 현지에서의 항공 일정 및 업무 사정 등을 고려해서 판단했다"는 답을 내놨다.
심지어 외교부는 이 전 장관이 회의 나흘 전에 입국해 어떤 공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못했다. 이 전 장관이 입국 시점을 기준으로 공무 중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 대사 국내 일정을 아직 파악 못했다"고 말했다.
많은 의문점을 가졌던 회의가 결국 개최되긴 했지만 결국 이 전 장관은 회의 마지막날인 3월 29일 자진 사퇴했다. 이 전 장관의 입국을 통해 여론을 달래보려는 정부 및 여당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7000만 원 이상의 세금만 낭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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