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경영권을 사실상 일본 회사 측에 넘기라고 압박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네이버 측은 아직 입장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일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데 대해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최 대표는 이어 "아직 저희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서 정리되는 시점에 명확히 말씀드리겠다"며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라인야후 지분의 64.5%을 보유한) A홀딩스, 특히 라인야후에 대해서는 주주와 기술적인 파트너로서 입장이 있고 긴밀한 사업적 협력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는 "기술적 파트너로서 제공했던 인프라 제공 등에 대해서는 이번 행정지도로 인해 분리해서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성이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인프라 매출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측이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에 대한 해킹으로 인해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이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 측에 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무성은 해당 업체인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23일 일본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 지분을 네이버로부터 사들이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절반씩 출자해 지주회사 A홀딩스를 만들었고 이 회사가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최 대표가 언급했듯, 해킹을 이유로 한 국가의 정부가 민간기업을 향해 지분 변경을 지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안과 비교해보면 이번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리한 요구라는 점이 확인된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통신 사업자 중 하나인 NTT니시일본에서 982만 건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는데, 2013년부터 10년 간 회사 시스템의 위탁 업체이자 그룹 관계사에 소속된 파견 사원이 개인 정보를 외부에 넘겼던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 검찰은 파견 사원을 기소했고 총무성은 지난 2월 재발 방지를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두 달 동안 51만 건이 유출됐던 네이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출 사건이었지만, 지분 정리를 압박하지는 않았다.
또 지난 2021년 일본에서 약 42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해당 기업인 메타에 지배구조를 문제 삼지 않았었다.
이렇듯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퇴출을 염두에 두고 행정지도를 내렸다는 정황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사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25일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며 "이번 사태가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부와 대통령실 모두 "네이버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는 것 외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9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필요하면 일본 측과 소통할 예정"이라며 "전체적으로 경제 관련 일반적 사안에 대해 양국 간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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