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가 비상금'에 해당하는 일반예비비를 대통령실 이전 및 대통령 해외 순방에 가장 많이 사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외교부는 예산 소요는 증가하긴 했으나 해외 순방을 위해 본 예산 대비 예비비가 2배 더 많이 지출됐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일 <한국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예비비 편성 내역과 사용조서를 입수했다며 집권 2년차인 2023년 대통령 해외 순방을 위한 예비비만 6차례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집권 2년 차인 2023년은 본예산을 정부 스스로 짠 첫 해"라며 "'건전 재정'을 강조하며 지출을 늘리지 않은 윤 정부는 2022년 대비 소폭(5.1%) 늘어난 639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그중 4조6,000억 원을 예비비로 책정했다. 전년엔 재난 재해가 덜 발생하면서 정부는 그중 3조3,000억 원을 쓰지 않고 남기며 역대 최저 예비비 지출액(세출 결산액 대비 0.3%)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내역을 뜯어보면 사실상 대통령을 위한 사업 곳곳에 예비비가 사용됐다. 정상외교 순방비용이 대표적 예"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정부는 2023년에 외교활동 지원을 위한 예비비만 6차례 편성했다. 정상 및 총리 외교활동 경비 지원으로 328억5,900만 원이 편성됐는데, 운영비와 경호비 등 여러 제반비용도 뒤따랐다"며 편성된 비용 외에 △해외 순방 프레스센터 설치 운영 경비 지원 76억2,700만 원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경호에 50억500만 원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에 48억9,600만 원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운영비에 28억2,000만 원 등이 추가적으로 사용됐으며, 이에 총 532억700만 원이 지출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애초에 편성된 정상외교 예산인 249억 원을 모두 쓰고, 그 보다 두 배 많은 비용을 예비비로 추가 편성해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날 늦은 오후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정상외교 활동을 위한 예산은 ‘정상 및 총리 외교 예산’으로, 이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해외순방 및 외국 정상의 방한 접수를 위한 예산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며 "2023년 정상 및 총리 외교 예산은 △본예산 249억원, △예비비 329억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국제회의는 '정상 및 총리 외교 예산'이 아닌 별도의 예산을 편성·집행해 왔으며, 이는 역대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이에 서로 다른 두 예산을 단순 합산하여 본예산보다 2배 이상의 예비비가 해외순방을 위해 지출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경우 지난해 4월에,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지난해 7월에 국무회의 의결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면서 2022년 12월에 확정된 2023년 정규예산에 포함시킬 수 없었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예비비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2023년 "정상 및 총리 외교 예산"소요가 예년에 비해 과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2023년에는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대면외교 정상화, 호텔·항공료 등 상당한 물가상승, 예산 편성 당시 예측치 못했던 주요 정상외교 일정 추가 등으로 인해 예년 대비 예산 소요가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신문은 2022년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로 예비비가 가장 많이 지출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용산 이전 경비 명목으로만 세 차례의 예비비가 편성됐다며 4월 6일에는 행정안전부, 대통령 경호처, 국방부에서 총 360억4,500만 원이 요청됐규 4월 26일엔 행안부, 대통령 경호처 요청으로 135억6,300만 원이 국무회의에서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7월 12일에는 대통령실을 경호하는 경찰 경호부대 이전을 위한 예비비 56억8,472만 원이 편성됐다. 대통령실 이전 여파로 청와대 개방을 위한 운영경비 96억7,000만 원도 추가 편성된 점을 고려하면, 약 650억 원의 예비비를 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496억 원이면 청와대와 국방부를 충분히 이전할 수 있다고 했지만, '예비비'로만 650억 원이 소요됐고, 각 부처의 예산을 끌어다 쓰는 ‘전용’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더 불어난다"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예비비는 예측 불가능하거나, 다음 연도 예산 편성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시급하거나, 이미 확보된 예산을 먼저 활용한 후 부족분에 대해 사용해야 하는 3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하지만 윤 정부는 예비비를 용산 이전과 해외 순방 등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재정 보완재'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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