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수교를 맺은 한국과 쿠바가 상호 상주공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28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송시진 조정기획관을 단장으로 한 우리 정부 대표단은 24일(수)~27(토) 간 쿠바를 방문하여 쿠바 측과 상주공관 개설 등에 대해 협의했다"며 "양국은 서울과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를 확인하는 외교공한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주쿠바 우리 대사관이 개설될 수 있도록 쿠바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공관 개설 중간 단계로서 아바나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공관 개설요원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14일 외교부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 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다.
당시 외교부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외교지평을 더욱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쿠바 수교는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및 우리 기업 진출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양국 간 실질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조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1921년 일제강점기 당시 멕시코로 이주한 조선인들의 후손 1100여 명이 쿠바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0년 코로나 19가 창궐하기 전까지 연간 1만 4000명의 한국 국민이 쿠바에 방문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2022년 기준 쿠바와 교역규모가 수출은 1400만 달러, 수입은 700만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쿠바에는 1만 명 규모의 현지 한류 팬클럽 'ArtCor'가 운영 중이며 2022년 7월에는 서울에서 쿠바 영화제가 개최됐고 지난해 12월에는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서 국제영화제 계기 한국영화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쿠바와 한국은 1959년 1월 쿠바 혁명을 기점으로 관계가 단절됐다. 이후 2005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아바나에 무역관을 개설하면서 관계 회복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2016년 6월 5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 장관이 아바나 시내의 쿠바 정부 건물인 '컨벤션 궁'에서 양국 최초로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2013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CELAC) 고위급 회담 계기에 면담한 적이 있었지만, 공식 회담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북한은 쿠바와 1960년 수교를 맺었고 1997년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등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고위급 인사 상호 방문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교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월 15일 기자들과 만나 쿠바가 그간 북한과 '형제국'으로 불린 점을 언급하면서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이러한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와 달리 북한과 관계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쿠바가 같은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과 그간 긴밀한 관계를 쌓아왔는데, 한국에서 이번 수교를 마치 북한과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징표로 이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어렵게 수교 결정을 한 쿠바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15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문제에 대해 예단해서 설명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