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폭우 이후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건과 관련,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채상병 소속 부대 대대장이 상관의 명령을 받아 일해 왔는데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잘못을 가릴 때까지 버틸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27일 채상병 소속 부대의 포병 7대대장을 변호하고 있는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7대대장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대화에서 7대대장은 "제 죄를 모른 가운데 도의적인 책임으로 조직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걸 대대장 탓으로 돌리며 조직의 소집교육에도 팽 당하면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제 신세를 한탄하며 살았다"며 "조직을 위해 그렇게 고군분투했음에도 한순간에 내팽겨쳐 지는 기분으로 아직도 살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7대대장은 "(해병 1)사단장의 의견을 명령으로 알아듣고 지시로 알아들은 OO같은 대대장이라 할지라도 조직은 구성원들을 돌아봐야 한다"며 "바로 위 지휘관(포병여단장)도 사단장에게 붙어 부하를 바라보지 않고 위만 바라보며 동조하고 제 부하들을 모욕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7대대장이 채 상병 사망사건 당시 이뤄졌던 수색 작전 과정에서 상관의 지시를 사단장의 '지시'로 받아들여 수색을 실시했는데, 사단장은 이를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어떻게 조직이 이렇게 못난 지휘관 밑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한탄하면서 근무해왔다. 그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고 계셔서 속이 정말 후련하다"며 "제 죄가 무엇인지 잘 알게 해주셨고 또 무엇이 문제였는지..변호사님 아니었으면 저는 그저 죄인으로만 남았을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잘 버티겠다"고 덧붙였다.
7대대장은 채상병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2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해병 1사단장을 포함, 8명의 혐의를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으나 국방부가 당일 이를 회수했고, 이후 8월 21일 국방부는 재검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지휘관 2명에게만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인지통보서를 경찰에 이첩한 바 있다. 사단장 등 수뇌부는 제외되고 현장 지휘관에게만 혐의가 적용된 결과였다.
이에 7대대장 측은 현장지휘관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지시하고 실행한 것뿐이라며 지난 23일 경북경찰청에 이를 뒷받침할 두 건의 녹취 파일을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이 녹취에 대해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하지만 작전 지속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첫 번째 녹취 파일에 대해 "(채 상병 사건 하루 전인) 2023년 7월 18일 당시 (수색 중이던) 내성천 주변에 호우경보가 발령됐고 그날도 엄청난 비가 내려서 현장에 있었던 포병 7대대장이 당시 해병대 통제본부장인 7여단장에게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서 작업 종료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시 현장 방문해서 임 전 사단장을 옆에서 수행하고 있던 7여단장이 바로 사단장에게 보고드렸고 임 전 사단장은 작전을 지속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7여단장은 7대대장에게 "정식으로 철수 시기는 좀 상황이 애매하다.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드렸는데 첫날부터 뭐 알잖아. 애들 강인하게 이렇게 해야지, 하루 이틀 갈 것도 아닌데 첫날부터 사기 떨어져서 그러면 안 된다, 이거 강하게 어쨌든 동기부여해야 된다고 하니까"라며 철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어 김 변호사는 7대대장이 제반 사정을 확인하기 위해 7여단 작전과장과 통화를 한 두 번째 녹취 내용도 공개했다. 해당 통화에서 7대대장은 7여단 작전과장에게 "지금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말했고 작전과장은 "방금 여단장님 전화 오셨는데 사단장님께서 옆에 계시는데 정상적으로 하라고, 16시까지인가 하라고 하셨다고 한다. 사단장님께서"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합참 단편명령이나 제2작사 단편 명령상의 육군 50사단장이 그 작전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명령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라며 "당시 상급부대 단편 명령에 따라 정상적으로 7여단장이 50사단장에게 보고했다면 육군처럼 작전을 종료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사령부에 보낸 입장에서 "작전통제권자 중 한 명인 여단장에게 수색 계속을 명령한 사실이 없다"며 "2023년 7월 18일 작전종료 시점은 여단장이 마침 함께 위치하고 있었던 본인에게 의견을 구했고, 이에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으며, 예하부대 등 전체상황을 고려한 상황평가 이후, 여단장이 작전통제권자인 육군50사단장에게 건의하여 승인받아 결정됐다"고 밝혔다.
당시 자세한 경위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프레시안>에 "여단장이 저에게 의견을 구하게 된 것은, 그 직전 육군 50사단장이 전화로 7여단장에게 작전종료 시점을 정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마침 제가 그 옆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작전통제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다"며 "부하인 여단장이 면전에서 의견 내지 조언을 구하는 데, 작전통제권이 없다고 의견 제시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6일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박정훈 수사단장의 수사 기록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조사가 끝난 이후 취재진과 만난 유 법무관리관은 "(공수처에) 충실히 답변드렸다"고 밝혔다. 수사 외압 혐의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냐는 질문에 그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하며 자리를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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