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대회의 파행 원인을 '한국 정부의 개입'에서 찾은 세계스카우트연맹의 보고서는 새만금잼버리대회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가 추진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힘을 보탠 진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새만금잼버리 대회 관련 독립검토 패널 보고서'에서는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먼저 "잼버리대회의 경험이 축적된 한국스카우트는 사이드라인으로 빠지고 한국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면서 관행과 지침을 무시한 한국정부가 새만금잼버리의 사실상 주최자가 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정부의 재정적 기여는 인정하지만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여러 구조적, 조정적 복잡성을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같은 한국정부의 개입으로 '사이드'로 전락한 한국스카우트연맹은 결국 안전하고 성공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이행하겠다는 책임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잼버리대회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안전한 캠핑환경 보장 대신에 곁 가지인 대회 참가비(운임)할인이나 비자면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이벤트와 같은 주변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 대회"였다고 평가한다.
한국 정부가 잼버리대회의 본질과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카우트 연맹을 제치고 전면에 나서면서 잼버리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대회준비는 부실했으며, 한국 정부의 생색내기와 이벤트 행사에 주력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평가는 잼버리대회에 참가했던 잼버리대회 유닛(40명 단위) 대장들의 체험기에서도 유사하게 평가됐었다.
유닛대장으로 참가했던 전북 진안군장승초등학교 윤일호 선생은 대회 직후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스카우트 정신의 기본이 준비인데 지극히 교육적인 잼버리대회에서 전혀 준비하지 않은 무책임한 어른들 덕분(?)에 고생이 많았지만 그래도 대원과 대장들은 그 힘든 속에서 의미를 찾았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이 열리던 지난해 8월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지난 며칠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어떤 행사도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심한 기상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면서 "쉽지 않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이었다.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부실하기만 했던 대회 준비문제는 대회 초반에 심각하게 대두된 바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새만금잼버리대회 초반이던 지난해 8월 5일, 영국과 미국 대원들이 조기 철수를 결정하면서 스카우트 홈페이지에 성명서까지 발표하고 한국 주최 측에 '새만금잼버리대회의 조기 폐막을 공식 요청'하면서 "참가자들이 출국할 때까지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불명예스런 일도 있었다.
이유는 잼버리대회 개최지의 평균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로 온열환자가 속출했고 야영 여건과 샤워시설,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열악하다는 각국 참가대원들의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2일에 열린 새만금잼버리대회 개막식 당일의 문제도 지적한다. "개막식장으로 가는 대규모 이동이 있었는데 검색대에서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그 날 저녁은 몹시 덥고 습했기 때문에 더위와 관련된 상태를 돕기 위해 여러 대의 구급차가 출동했고 이로 인해 구급차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유동인구와 경쟁하면서 문제가 악화되는 등 개막식은 효과적인 안전관리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 윤일호 대장은 기고문에서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기에 소통하고 준비했다면 새만금잼버리도 괜찮았을 텐데 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고 어느 곳도 책임이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볼썽사나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세계스카우트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의 경우 5명의 공동위원장 체제여서 리더십 구조가 혼란스러웠고 권한의 징계가 모호했으며 비효율적였다. 이러한 명확한 책임라인이 없는 유형의 구조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매우 어렵게 만들어 작업(문제)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방치하기 쉽다."
세계스카우트연맹 보고서를 작성한 패널들은 "2017년 한국 개최지 확정과 2023년 최종 잼버리대회 개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였다"면서 대회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착수한 새만금잼버리대회의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8개월 여가 지난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 5700억여 원을 들이고도 유치에 실패한 '2030부산엑스포 유치실패'와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책임소재를 명학하게 따져 물을 수 있는 국정조사가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조국혁신당은 부산엑스포유치실패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신영대의원(전북 군산부안김제갑 당선자)도 '부산엑스포 유치실패'와 함께 묶어 '새만금잼버리대회 준비과정과 잼버리대회를 빌미로 대폭적인 예산삭감 사태가 빚어진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 뜻을 같이 한다고 <프레시안>에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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