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전북 투표자의 절반가량인 49만명이 여야 정당의 지역구 후보와 비례정당을 따로따로 선택하는 등 이른바 '투표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전북특별자치도선관위에 따르면 전날 22대 총선 본투표를 마무리하고 전북지역 최종 투표자를 집계한 결과 102만2298명이 투표소에 가서 소중한 주권행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 10명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취합한 결과 총 81만8287명(80.0%)이었으며, 국민의힘 10명 후보를 선택한 투표자는 8만2250명(8.0%)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한 표를 찍은 투표자는 37만0578명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투표자에 비해 44만7709명이 적었다.
상식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는 해당 정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지지 정당으로 찍어야 하지만 절반 이상이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국민의힘 후보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선택한 투표자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10명의 후보에게 주권을 행사한 투표자는 12만9480명이었으나 비례정당 선택에서는 8만2250명만 국민의미래를 지지한다고 투표해 4만7230명이 이탈했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거대 여야 정당 후보를 선택한 투표자와 이들 두 정당의 비례정당을 찍은 투표자를 비교한 결과 총 49만5000명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전북의 22대 총선 투표자 102만2298명의 48%에 해당한다.
결국 진보와 보수 거대 양당의 지지자들 중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지지하는 정당의 위성정당을 비례투표에서 찍지 않고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을 선택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이른바 '투표의 탈(脫)동조화' 현상을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후보만 낸 '조국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전북의 44만8000표를 확보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발생한 이례적인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2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회고적 평가와 여야 정당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번 22대 총선을 지배하며 탈동조 현상을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행정학과)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의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선거를 지배하는 상수가 됐다"며 "통상적으로 회고적 국정운영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 여야 정당 활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진 교수는 "따라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 후보에게 전북 유권자가 표를 몰아주면서 비례 투표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여기에 조국혁신당의 선명성이 맞물려 분리투표 성향이 확대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전북 유권자 표심은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발전, 소외와 차별의 극복 등 2개의 축이 혼합돼 왔다"며 "그래서 지역구 대표를 뽑는 투표는 '심판 투표'로 하고 비례 투표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표를 몰아주는 '기대 투표'를 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조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 이면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단순화하지 않고 진중하게 읽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도 이제 과거와 같이 한 정당 후보와 비례정당을 같이 찍어주겠지 하는 단순한 접근으로는 안 될 것"이라며 "변화하는 유권자 표심을 깊게 읽어내고 진정성을 다해 다양한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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