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유권자인 이 아무개씨는 전북지역의 한 시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지역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마치고 군복무한 18개월을 빼면 그가 한 달 이상 전북을 떠나 다른지역에 머물렀던 적은 없다.
그런 그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국비민(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더불어민주연합)'을 선택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와 자주 어울리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 친구인 국가직공무원 C,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J씨도 그와 같은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이 씨의 답은 간결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조국혁신당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저희들에게는 그저 '불공정의 아이콘'일 뿐이에요."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상태에서 조국혁신당의 전국적인 돌풍이 그들에게는 전혀 신선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면 조국 당대표에게 '방탄용 국회의원 배지'를 선물하게 되는 셈인데 거기에 놀아날 필요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천편일률적인 선택이 싫기도 하지만 '민주당이어서 대체 해 놓은 일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어차피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지 못해 '사표(死票)'가 될지언정 '난 너희 세력을 찍지 않았어'라는 의사표시라도 해야하겠기에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그들은 왜 비례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 던진걸까?
"지역구에서는 내 의지로 사표를 만들었지만 비례에서는 내 한 표가 반영이 되잖아요.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은 필요한데 조국혁신당은 싫고 답은 정해졌잖아요."
이번 총선에서 전북지역의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들은 대부분 10~15% 사이의 득표율을 보였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8.45%를 기록했다.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세력이 그대로 국민의미래에 유입되지 못한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전주 3개의 선거구에서 지역구 후보가 받은 평균 지지율은 75.35%, 비례투표에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받은 합계 지지율은 83.18%로 오히려 8%p가 늘었다.
이 두 지수를 비교해보면 전북의 20대 들이 '지국비민'을 선택한 단서를 희미하게나마 포착할 수 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는 20대들은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모세대나 그 할아버지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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