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군으로부터 강제 전역을 당한 뒤 다음해 숨진채로 발견됐던 고(故) 변희수 하사에 대해 순직이 인정됐다. 군인권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국방부는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으며, 이를 이날 유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는 변 하사의 사망에 강제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앞서 2022년 10월 대전지방법원은 변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2년 12월 육군이 "(변 하사의 죽음은)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라며 '일반사망'으로 결론 낸 사안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심사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31일 국방부에 변 하사의 순직 재심사를 권고한 처분에 따라 재심사를 진행했다.
이번 결정으로 변 하사의 유족은 원할 경우 시신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고 심사를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을 경우 보훈연금 지급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변 하사는 군인사법상 순직 유형 중 국가수호 등과 직접 관련 없는 직무수행 중 사망에 해당하는 '순직 3형'에 해당한다.
변 하사의 순직 인정에 대해 그간 변 하사를 지원했던 군인권센터는 "변 하사의 죽음은 국가와 군이 책임져 마땅한 일이었다. 그 책임을 인정받기까지 너무 길고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그립고 애통한 마음으로 뒤늦은 순직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순직 결정이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온전한 명예회복은 아닐 것이다. 군이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남은 숙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나아가 소수자들이 저마다의 꿈 앞에 좌절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바랐던 변 하사의 소중한 바람을 엮어 우리의 삶으로 이어내겠다"며 "누구보다 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고, 군을 나의 조직으로 굳게 믿었던 변희수 하사. 그녀의 영혼이 맑은 미소로 군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모두의 오랜 기억과 다짐으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국방부의 이번 순직 결정은 고 변희수 하사의 명예 회복과 더불어 성전환자의 인권을 한 발짝 더 전진시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고 변희수 하사의 희생을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국방부는 조속히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 역시 변 하사와 관련된 그간 군 당국의 처사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센터는 "국방부와 육군은 (강제 전역 관련 재판) 패소 이후에도 변 하사의 기일을 제멋대로 정해놓고 순직 심사를 회피해왔고,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순직 인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2022년 12월 1일 변희수 하사를 순직 비해당자로 분류했다"라며 "강제 전역을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논리도, 근거도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을 기회 앞에서조차 비겁했던 우리 군의 부끄러운 모습 역시 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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