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최대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을 놓고 김영록 전남지사가 2일 당초의 통합 국립 의과대학 설립 방안에서 물러서 공모를 통해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조건부 전남 의대 추진'에 응하기 위해 전남도가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도내 동·서 지역간 갈등이 우려된다.
김영록 지사는 이날 전라남도 국립의대 설립 관련 대도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그동안 정부 당국자와 추진 방안을 협의했으며, 오는 5월 중 대입 전형 발표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통합의대 방식은 시간상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대학으로 전라남도 국립의대를 설립할지 공모를 추진, 최대공약수로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 방안을 내도록 하겠다"며 "통합의대는 국립의대 설립 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의과대학 규모는 정부가 발표한 지역거점 국립의대 수준인 200명으로 신청하고, 2026학년도 신설을 목표로 추진하되, 정확한 규모와 시기, 방법과 절차는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모 방식은 ▲지역내 의료체계의 완결성 구축 ▲도민 건강권 최우선 확보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통한 지역 상생발전 도모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대형 컨설팅 업체에 위탁 등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전라남도의 국립의대 신설은 전남도민의 자부심과 명예를 걸고 상생과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추진 과정에서 건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며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것은 의대 추진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전남에서는 국립 의대 유치를 놓고 목포대와 순천대가 유치경쟁을 벌이면서 과열양상을 보여왔다.
여러 차례 협의 끝에 결국 전남도는 국립의대 신설과 인원 배정을 위해 목포대, 순천대와 함께 '공동 의대 신설 방안'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침 지난달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는 윤 대통령에게 전남지역의 국립의대 설립을 건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전남도에 국립의대 추진하는 것에는 먼저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전남도에서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시면 저희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학을 정하고 이야기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전남도가 목포대·순천대와 함께 추진하는 공동 의과대학 설립을 사실상 부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민생토론회 나흘 뒤(3월 18일) 기자회견을 자청, "대통령이 전남 의대 설립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정부에 통합 국립 의과대학 유치안을 건의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보름만인 4월 2일 김 지사는 의대 설립의 공모 방침을 밝히면서 그간 우려했던 도내 대학간 과열 경쟁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전남도의 입장 선회에 대해 목포대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박정희 국립목포대 의과대학 추진단장은 2일 "전남지역 의료실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라남도가 통합의대 추진이 어려워지자 외부기관에 전남 의대 입지를 결정토록 한다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과 낙후지역 의료공백 해소라는 도민의 뜻을 외면하고, 입지 선정에 대해 전라남도만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통합 의과대학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라남도가 주도적으로 지역의 의료수요를 파악해 신설 의과대학 입지를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의료수요는 결코 공모 절차에서 언급한 평가 기준에 따라 등가로 다루어질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의대 방안으로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전남도의 입장이 불과 10여 일만에 바뀌었다"면서 "지역갈등을 우려해 목포의대 설립 대신 전남권 의대 설립이라 말해달라던 도지사였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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