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임에도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일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호주 측은 차기 대사와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9일 주한호주대사관은 이종섭 대사 사임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프레시안>의 질의에 "호주는 호-한 관계의 중요성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양국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모든 분야에서 차기 주호 한국대사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라고 답했다.
이 대사가 부임 11일 만에 귀국하고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임하면서 호주 측에 대한 외교 결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호주 측은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호주 언론도 이날 이 대사의 사임을 전했다. 호주 ABC 방송은 "호주 주재 한국 신임 대사가 취임 한 달도 채 안 돼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수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 대사는 12일 한국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후 호주에 왔으나 한국 군인(채 상병)의 사망 수사에 대한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서처의 조사를 받는 가운데 열흘 만에 귀국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이 속한 정당은 (한국 의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 임명(이 대사의 임명)은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매우 논란이 많고 정치적으로 해가 된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혀 이 대사의 사임 배경이 국회의원 총선거와 연관이 있다고 짚었다.
방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전국연대) 회장이 이 대사의 사임을 두고 "이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며 "그의 임명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에도 좋지 않았다. 이는 중대한 외교적 실수였다. 주요 증인이 도주해 수사와 재판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어 "전 국방부 장관(이종섭 대사)이 호주 총독에게 신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 원본을 받지 않고 출국한 이 대사는 지난 12일 호주 도착 이후 사본 신임장을 제출했는데, 이후 원본 신임장은 아직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임장은 통상 해외에 부임을 하는 대사가 자국의 국가원수로부터 받아 주재국의 국가 원수에게 제정하는 문서로, 일반적으로는 출국 전에 신임장 수여식을 통해 전달받게 된다.
이와 관련 방송은 지난 12일 호주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 대사 지명자의 신임장 수여 날짜가 적절한 시기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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