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임에도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됐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부임 11일 만에 귀국한 가운데, 외교부는 현재 이 대사가 공무중인지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 대사가 길면 한 달 정도에 한국에 있을 수 있는데 이게 다 업무 시간인 것이냐는 질문에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상 공무로 일시 귀국을 하게 될 때에는 체류 기한에 특정한 제한은 없다"고 답했다.
이 대사는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오는 25일 개최 예정인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21일 오전 9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회의까지 나흘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귀국한 것인데, 21일부터 회의 전날인 24일까지는 공무가 아니라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 기간이 끝나면 사안에 따라 공무 외라고 판단이 되면 별도의 일시귀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시귀국'은 대통령령인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제21조에 나와 있는 조항으로, 공관장이 공무 외의 목적으로 귀국하기 위해서는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무 외의 목적인 경우 연 1회 20일 귀국이 가능하고 기간을 초과해서 사용하려는 경우 역시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당국자는 이 대사의 이번 입국에 대해 "회의가 있으므로 공무 목적"이라면서도 "회의 기간을 초과해 국내에 더 있으면 공무 외 일시귀국에 포함되니까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의 입국 이유인 공관장회의 기간에 대해 이 당국자는 "다음주 내내" 라고만 답했는데, 이에 따르면 회의는 25일 월요일부터 29일 금요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흘이나 앞서서 들어온 21일 현 시점을 기준으로 이 대사가 공무 중인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 대사 국내 일정을 아직 파악 못했다"며 "보통 재외 공관장 회의 앞뒤로 하루 정도를 공무 목적으로 인정해 준다. 회의 기간이 공무목적으로 온 출장 기간이고 그 외에는 공무인지 공무 외인지를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 대사의 이날 귀국은 외교부가 밝힌 통상적인 관행으로 보더라도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공무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통상 회의 시작 하루 전도 공무로 인정한다면 24일부터 공무목적의 귀국으로 볼 수 있고, 그 외의 기간은 회의 외에 다른 공무가 있어야 외교부 장관의 허가 없이도 귀국이 가능하다. 공무가 없다면 위 복무규정에 나와 있듯이 외교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이 당국자는 "다음주에 있는 회의와 한-호주 2+2(외교‧국방장관 회의) 회의 업무 준비 때문에 일찍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현재 이 시기에 대해서는 이 대사의 일정을 모르기 때문에 공무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이 대사가 공관장 회의를 마친 이후는 공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이 대사가 앞으로 갖게 될 일정을 살펴서 별도로 신청하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유관부서에서 공무 목적 등 제반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의 입국 사유인 회의 개최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번 회의가 언제 정해졌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번 공관장 회의는 미리 방침이 정해졌다. 하지만 여러 부처 일정 상 다음주로 정해진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관이 해당 회의 참석 차 대사들에게 공무로 귀국하라는 지시는 언제 내렸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당국자는 "공관장 회의에 대한 내부적 절차까지 세세하게 공개하진 않는다"라며 "이 대사가 현지에서 귀국하는 일정은 현지에서의 항공 일정 및 업무 사정 등을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과 같이 특정한 국가의 공관장만 들어와서 회의했던 전례가 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대면 회의는 제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화상으로는 개최한 바 있다"라며 "해외 방산 수출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해서 급격히 늘어난 점이 있다. 과거에는 방산협력을 위한 소규모 소그룹 회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었고 최근 몇 년 들어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검토하고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를 11일 만에 다시 귀국시킬 정도로 회의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부임일자를 다소 늦춰서 회의를 한 뒤에 부임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여러 부처와의 일정 조율 문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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