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한 가운데 의사 단체는 이에 거세게 반발했다.
20일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이날 교육부의 의대 증원안 발표 후 성명을 내 이번 증원 배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증원안이 '졸속 정책'이라고 규정한 후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후속 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에는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증원 배정안이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의 학생을 증원하는 내용을 두고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라며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조윤정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의회장)은 "고려대는 (기존 의대 건물인) 제1학관을 리모델링하고 증축하는 데 4년이 필요했고 공사비 250억 원이 들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위원장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지팡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의대 증원에 맞춰) 교수가 많이 필요한데, 교수가 500명이 넘는 대학도 한 번에 20명이 넘는 교수는 구하기 어렵다"며 "의대 교수와 학장들도 그래서 (정부 증원 안은)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의교협은 최근 20여개 주요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이후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는 다른 교수 단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붕괴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조속히 의료가 정상화하도록 지금이라도 현명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의학회도 이날 26개 전문과목학회와 낸 입장문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 이름으로 포장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이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 체계를 마비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학회는 "이들 (전공의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학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고,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와 진료에는 심대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생 단체도 비판 입장을 냈다.
의대와 의전원 학생 대표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낸 공동 성명서에서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인해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협은 이어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각 학교에 "휴학계를 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도 전했다.
이날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하며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5058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명의 증원 인원 중 82%인 1639명이 비수도권 27개 대학에 배정됐고, 18%인 361명은 경기 인천 지역에 배정됐다. 서울에 배정된 학생은 없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의 내년도 의대 정원은 △강원대 132명 △연세대 원주의대 100명 △한림대 100명 △가톨릭관동대 100명 △동국대 분교 120명△경북대 200명 △계명대 120명 △영남대 120명 △대구가톨릭대 80명 △경상국립대 200명 △부산대 200명 △인제대 100명 △고신대 100명 △동아대 100명 △울산대 120명 △전북대 200명 △원광대 150명 △전남대 200명 △조선대 150명 △제주대 100명 △순천향대 150명 △단국대 천안 120명 △충북대 200명 △건국대 분교 100명 △충남대 200명 △건양대 100명 △을지대 100명이 됐다.
수도권 정원은 △성균관대 120명 △아주대 120명 △차의과대 80명 △인하대 120명 △가천대 13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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