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그린철강 전환 인식을 조사한 결과, '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로드맵을 세운 곳은 사실상 1곳에 불과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8일 '한국 철강산업의 그린철강 전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달성 로드맵이 산업 전반에서 요구되지만, 철강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매우 뒤처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국내 철강 소비 기업 150곳에 물었을 때, 단 1곳만 '그린철강 조달 목표를 세웠다'고 답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린철강은 제조 공정에서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한 철강을 말하며, 국내 철강 생산 및 소비 기업의 그린철강 인식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철강에 대한 목표도 없고 향후 목표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답한 비율은 소비 기업과 생산 기업에서 각각 90%와 58%로 집계됐으며 '목표를 세우지 않았지만 향후 목표 수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생산 기업에서는 42%, 소비 기업에서는 9%였다.
이에 사회책임투자포럼은 "철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라며 "국내에서도 2020년 기준, 9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14.2%가 철강산업에서 나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그린철강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외면하는 기업들의 넷제로 목표는 현실적인 변화 없이 목표만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사회책임투자포럼은 또 "그린철강에 대한 미흡한 준비는 한국 철강산업 및 국산 철강을 사용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면서 한국 철강의 주요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실시해 탄소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며 미국도 2022년 6월 발의된 청정경쟁법(The Clean Competition Act)이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해 사회책임투자포럼은 "'향후 그린철강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소비 기업 8곳 중 5곳이 수출 경쟁력에 민감한 자동차 업종이라는 점도 글로벌 무역질서에서 그린철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U의 CBAM은 탄소배출량 규제가 강한 EU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막겠다며 만든 무역 장벽의 일종이다. 미국의 The Clean Competition Act는 철강을 비롯한 수입제품에 대해 톤당 5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사회책임투자포럼은 특히 국내 철강 기업들이 그린철강에 소극적인 이유로 '가격'을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 기업은 '비싼 가격 때문에 목표수립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2%로 가장 높았다. 생산 기업 역시 '원가 상승(31%)', '소비자 요구 없음(21%)' 순으로 소극적 대응의 원인을 가격에서 찾았다.
다만 소비 기업과 생산 기업 모두 '그린철강이 미래 경쟁력에 있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5점 척도로 조사한 항목에서 소비 기업은 평균 3.57점, 생산 기업은 3.72점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남나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그린철강 수요 촉진의 열쇠"라며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조달 확대로 수요를 촉진하고, 그린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책임투자포럼이 만든 국내 최대 넷제로 정보 플랫폼 '넷제로 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넷제로 목표를 공개한 국내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은 101곳이다.(☞ '넷제로 코리아' 바로 가기 : https://www.netzerokorea.org/)
이 가운데 넷제로 목표 달성 시한을 2050년으로 잡은 기업은 61곳(60%)이며, 2030년 목표인 곳은 2곳(아모레퍼시픽, 에스케이스페셜티), 2040년 미만(2035년~2039년)을 목표로 삼은 기업은 5곳(삼성에스디에스, SK가스, SK디스커버리, SK아이이테크놀로지, 넥센타이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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