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한 의료 대란 사태를 두고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국 의대 비대위)의 장을 맡은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간 전공의 단체와 의대 교수 단체에서 이를 짐작할 분위기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방 위원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해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환자를 향해 방 위원장은 "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칠천 명의 외래 환자 중 삼십 퍼센트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오신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전공의를 향해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며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사과문은 전국 의대 비대위 차원이 아닌,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차원에서 작성됐다.
방 위원장은 이 같은 사과문을 발표한 이유로 "(정부가) 너무나 소통 없이 2000명이라는 인원 증가를 하는 데 저희가 (국민을) 설득하면 국민이 들어주시고 지지해주실 걸로 알았다"며 "그러나 아니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보면 국민이 큰 분노를 느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방 위원장은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 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다"며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고 설명했다.
방 위원장은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다"고 말했다.
한편 방 위원장은 당초 서울대 비대위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 중재안으로 제시한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저희가 간과한 게 있었다"며 정작 정부 안에는 가장 중요한 필수 의료 분야 인력 충원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정부가 이번에도 이 같은 문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의대 증원 2000명 안만을 밀어붙이자, 과거 같은 상황에서 필수 의료 대책이 결국 마련되지 않음을 경험한 의협 등이 정부와 대치하는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방 위원장은 "한국의료 미래의 필수 의료 인력 비전이 안 보인다"며 "2020년 파업 당시 의정협의체를 해서 특히 전공의 의견을 (정부가) 들어줄 줄 알았는데, 실제로 4년 동안 전공의가 생각하기에는 필수 의료가 나아진 게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수련의가) '그래도 나는 필수 의료 해야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의사 수를 2000명 늘린다고 하니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 실효성도 믿을 수 없고, 그러니 (전공의들이) '저는 그냥 우리의 갈 길 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전공의, 의협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일이 흘러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는 얘기다.
관련해 수련병원을 둔 전국 20개 의대는 오는 25일까지 정부가 지금의 대치 국면을 풀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직 대열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관해 방 위원장은 "교수가 사직서 던지는 이유는 이 사태를 3월 안에, 3월 안에 해결하지 못하고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부터 해서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그리고 대형병원 줄도산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의대 증원 2000명 안이 비현실적이라고도 성토했다. 이는 현 교육 여건상 교육이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
방 위원장은 "의료 현장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내린 행정적 결정"으로 2000명 안이 나왔다며 "서울의대 강의실만 해도 뒷좌석 자리가 별로 없다. 15명을, 20명을 더 늘린다고 해도 건물 자체를 새로 지어야 할 환경인데 그런 재원이 어떻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지적했다.
또 "실력 있는 의대 교수가 되려면 제가 보기에는 최소 45세 이상은 돼야 되는데, 갑자기 교수 요원 1000명을 어디서 구하겠느냐. 의료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 사과문 전문.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먼저, 의료 이용에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멉니다. 저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하루 평균 칠천 명의 외래 환자 중 삼십 퍼센트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료를 보러 오셨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하여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전공의 여러분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고, 환자분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셔서 고작 3분에 불과한 진료를 받으시는데도, 제 환자한테만 진심이면 되고, 시스템은 내 영역 밖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책임이 있는 현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치열한 반성 없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렇게 사과를 드리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부족한 저를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 뽑아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소통 없이 통보 형태로 이천 명이라는 인원을 증원하겠다는 비합리적인 결정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당연히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고 지지를 해주실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었습니다. 매일 신문, TV,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 여러분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고 또 자괴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을 얻었습니다. 기형적인 의료 환경의 작은 희생자이자 어쩌면 방관자인 저희의 자기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습니다. 저는 이제 국민 여러분과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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