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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면회 오신 어머니는 '밥 잘 먹었니' 물으셨다" … 민주 경선 탈락 김성주 의원의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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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면회 오신 어머니는 '밥 잘 먹었니' 물으셨다" … 민주 경선 탈락 김성주 의원의 '사모곡'

그는 암울했던 1980년대 대학교 4학년 1학기가 끝나기 전에 학창생활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마침 발생한 1985년 '구로공단 연대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구속을 각오하고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결심을 한 후 어머니께서 눈치채지 않으시게 작별인사를 드려야 했다.

조심스레 어머니의 옆모습을 힐끗 보면서 '며칠간 어디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어머니는 별다른 말씀 없이 '그래라'고 하셨다. 딴 때 같으면 어디 가는지 물어보셨을 텐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의 사모곡이 지역 정치권에 회자하고 있다. ⓒ

집에서 나와 다시 한 번 집 쪽을 돌아보았다. 초여름의 기나긴 해가 아파트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오후에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발걸음이 어지러웠다.

그는 1986년 2월 '대우어패럴 사건' 항소이유서에 이렇게 썼다.

"오늘은 졸업식 날이다. 나는 이 순간 대학 4년의 학문적 성과로서 제출해야 할 졸업논문 대신 한 자루 볼펜으로 하얀 여백을 열심히 채워갔다. 나의 진실이 모두 실려질 수 있기를 바라며 까만 학사복 대신 파란 수의를, 가슴엔 카네이션 꽃 대신 네모진 헝겊 위에 '3'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는 수번을 달고 있다. 나는 답해야 한다. 날이 새기도 전에 길을 떠나려는 아들을 걱정하던 나의 어머님께 그 새벽이 멀지 않아 열릴 것을 확신하며 이 글로써 변명을 대신한다."

어머니는 매일 면회를 오셨다. 서울 잠실에 사셨으니 개봉역까지 두 번 전철을 갈아타고 10여분 걸어 2시간 남짓 걸려 영등포교도소로 면회를 오셨다.

하루에 1번 감방에서 나와 자유로운 공기를 맞이하게 하려고 매일의 고행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셨다.

면회가 허용된 시간은 단 5분. 어머니는 '밥 잘 먹었니', '운동 열심히 하고 책 많이 읽어라' 말씀하셨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김성주 의원

가끔 바깥 소식도 알려주셨다. 면회실에는 교도관이 동석하여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면서 시사적인 내용은 말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에 가끔 쪽지에 궁금할 만한 사항을 적어와서 유리창 너머로 살짝 보여주셨다.

일제시대 때 지금의 초등학교인 '소학교'를 다녀서 일본말만 배우고 한글이 서툴어 바깥 소식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해 하셨다.

22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시병' 경선에서 정동영 예비후보에게 져 탈락한 김성주 현역의원의 사모곡(思母曲)이 지역 정치권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자신의 SNS에 올린 이 글은 단시간에 수백여 명이 읽었고, 댓글을 100개 가까이 남기기도 했다.

재선의 김성주 의원은 18일 "평생을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제대로 싸우지 않는다고 하고 많은 일을 했지만 한 일이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당 대표와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성주 의원

김성주 의원은 지역발전에 대한 강한 애정을 피력했다.

"전북특자도 출범은 전북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주와 완주가 하나 되고 새만금과 군산-부안-김제로 커지는 것은 전북 발전의 필수조건입니다. 아울러 전북을 하나의 단일 광역교통망으로 구축하는 것도 전북특자도 성공의 전제 조건이 이어야 합니다."

김성주 의원은 "다시 국회에 들어가서 충분한 노후소득보장,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보장 등 모두가 누리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제대로 열고 싶었다"며 "연금개혁과 의료개혁, 전국민 주거보장 등은 꼭 이루고 싶은 과제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성주 의원은 "의로운 싸움을 벌인다고 했는데 '외로운' 싸움이 되어버렸다"며 "절망이 깃든 곳에서 희망은 항상 새롭게 피어난다. 멈춘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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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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