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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열광'에 '한동훈 환호' … '전주 민심'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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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열광'에 '한동훈 환호' … '전주 민심'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호남정치의 중심지 탈환…독자적 권역 행보 해석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전북 전주를 방문한 직후 비서진에게 "처음부터 전주에 올 것을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전남 순천과 광주를 찾아 민심에 호소한 후 오후 4시경에 전주를 찾아 한옥마을과 전동성당, 경기전 일대를 돈 후 청년과의 간담회를 갖는 등 1시간 30분가량의 전북 일정을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순천(전남)과 광주를 거쳐서 전주에 왔는데 저는 오늘 세 군데 모두 저를 반겨주는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굉장히 환영해주셨다"며 "너무 고맙고 책임감을 대단히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한 위원장이 '굉장한 환영'을 언급하며 '전주 일정 선(先) 배치'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그만큼 전주 열기가 뜨거웠음을 보여준 대목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의 한 관계자도 "한 위원장이 전주 시민과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며 "아마 순천과 광주에 몰린 지지층을 합친 것보다 전주의 열기가 2배 정도 더 뜨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호남 유일의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자 전주시을에 출마 선언한 정운천 의원도 "한동훈 위원장이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국회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며 지역 현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며 "전주 환호 열기가 뜨거워 한 위원장도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국민 100% 여론조사의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고검장 출신인 이성윤 예비후보(전주을)가 1차에서 과반 이상을 얻어 곧바로 공천장을 쥐었던 전주이다. 바로 이곳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한동훈 위원장이 환호를 받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의도 문법을 쓰지 않는 한 위원장의 참신성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한 위원장은 작년 말에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는 등 정치 무대에 올라온 지 3개월 정도 됐다"며 "정치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실망감보다 기대감이 크고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고 말하는 등 기성 정치인과 다른 신선한 행보를 보인 점이 지지층의 환호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분석만으로는 이성윤 전 고검장에 열광한 전주의 '한동훈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더욱이 지역민심은 여권이 지난해 8월 잼버리 대회 파행 이후 '전북 책임론'을 몰아붙였고, 정부도 곧바로 각 부처에서 올린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무려 78%를 대거 삭감한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갖고 있지 않은가?

▲15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는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몰린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프레시안

국민의힘 사지(死地)이자 민주당 양지 텃밭인 전주에서 '한동훈 환호'를 이해하려면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

30년 가량 여권에 몸을 담아온 다른 관계자는 "전북의 정치적 유동성이 높아진 것 같다"며 "민주당 텃밭이지만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나아가 정치 편향성에 대한 반성 등이 '한동훈 환호'로 이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세(勢)가 강해진 것도 있지만 궁극에는 전북 정치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고 유권자들도 충청권처럼 실리적 선택에 나서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결속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새만금 예산파동 이후 전북지역 내 민주당 지지세력의 결속이 강해진 만큼 국민의힘 지지층도 한동훈 위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동해 '전주의 한동훈 현상'을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보와 보수, 여야 양 진영의 각자 결집현상으로 보는 해석이다.

눈에 띄는 분석 중 하나는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 내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디커플링'은 원래 물리학에서 나온 용어로 '두 개 이상의 시스템이나 변수가 서로 영향을 미치던 상태에서 그 연결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전북은 호남의 유일한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을 배출했을 정도로 정치적 관점에서 '호남의 1번지'이다. 특히 올해 초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전북이 '호남의 변방'이 아닌 독자 권역으로 자리했고 지역민심도 독자 변수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전북이 '호남의 조연'으로 치부됐지만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독자권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강해졌다"며 "이런 심리가 정치를 비롯한 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광주·전남과 별개로 가자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 정치가 '호남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 변수'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 이성윤 후보와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을 분리해 따로따로 열광하고 환호하는 배경에 이런 심리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의 취임 후 첫 방문을 계기로 전북 여권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이며,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힘을 얻었다.

정운천 예비후보는 "전주를 싸움판으로 만들려 하지 말라"며 "특별자치도, 이차전지 육성, 글로컬 대학 육성 등 할 일이 산적한 전북에 '협치의 중개자'가 사라지면 미래도 없어진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민심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북 방문은 얼마나 민심을 흔들 것인지 이래저래 전북이 호남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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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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