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남정식 청주 강서지서장
부모산은 야트막한 산
백제시대의 아름다운 성이 있는 곳
여기에 한국전쟁에서
생명을 살린 사람이 존재했다
한국전쟁이 나자
정부의 명령에 따라
보도연맹원을 소집한
남정식 강서지서장
이들을 데리고
"부모산에 나무 심으러 갑시다"
삽과 괭이를 들고
소집된 사람들은
부지런히 산을 오르고
한나절에 마무리하고
남정식 강서지서장
"오늘 하루 고생했습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세요."
강서 보도연맹원 50명
털레털레 집으로 왔다
이들은 죽음에서 산 것도 모르고
국군이 수복 북진 후에 알게 되었다
다른 지역의 보도연맹원과 다르게
죽음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남정식 강서지서장은
한 시대를 살며 죽을 사람을 살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살아온 사람
샤론의 장미*처럼 아름다운 사람꽃이었다
*샤론의 장미:무궁화 꽃, 평화의 상징으로 팔레스타인의 샤론 지역의 장미로 예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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