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3.8 여성의 날'을 앞두고 "더 이상 콜 받는 기계로 살 수 없다"며 오는 8일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은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5년 전 미국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로 표출됐던 그때처럼 건강보험 상담사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하루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1970·80년대 청계천과 구로공단의 여공들의 삶과 50여 년이 지난 현재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벌집 공장이 있던 구로공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고 파티션으로 구분된 "닭장" 같은 상담석으로 변했"을 뿐 "좁디좁은 상담석에서 미싱이 아닌 헤드셋을 쓰고 하루 종일 앉아 잠시도 쉴 틈 없이 몰려드는 민원전화를 받아낸다. 미싱을 돌리던 공순이는 실적 인센티브 경쟁, 연·반차 통제, 쉬는 시간,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까지도 초 단위로 관리하는 전자감시 속에서 끊임없이 전화를 받아야 하는 비정규직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특히 95% 이상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경우, "위탁업체는 입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5만 원, 10만 원의 실적 인센티브를 걸고 상담노동자들을 극한의 콜 수 경쟁으로 내몬다"며 "한 콜이라도 더 받기 위해 동료들 간 상호경쟁과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까지 통제당하는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열악한 사업장이 건강보험 고객센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2021년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3차례 파업 등을 거치며 민간위탁사무협의회를 통해 '건보공단의 소속기관 설립과 고용전환' 내용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3년 가까이 되도록 단 1명의 상담사도 건보공단의 소속기관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실체적 사용자인 건보공단의 방치 속에서 노동자들은 끝없는 실적경쟁을 하며 여전히 민간위탁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건보공단은 2021년 사회적 합의 당시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소속기관 전환은 "취약계층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 개선이 목적"이라던 입장도 바꿔가며 마치 '시험도 안 보고 떼를 쓴다'고 치부하고 있다"며 "이러한 건보공단의 태도는 여성이 하는 노동이 미숙련의,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상담노동자의 소속기관 전환을 건보공단의 정규직 채용과 동일선상에 올려 상담노동자들을 불공정한 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3월 8일 단 하루 파업이지만 불평등과 차별을 넘기 위해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의 요구가 이행될 때까지 가열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성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오는 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한다.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반여성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보신각, 세운상가 등에서 '차별의 고무줄 넘기' '잠시 멈춤' 등 거점 행동을 벌인 뒤 혜화역에서 본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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