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1만 명을 넘었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00명을 넘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는 근무지 미복귀자를 대상으로 사법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단체는 3월이야말로 "대장정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초강경 대응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 사이 대전에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병원을 찾지 못한 80대 환자가 숨졌다.
정부 "3월부터 미복귀자 사법 처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전공의들에게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이날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7시 기준 상위 100대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약 80.5%인 1만34명이었다. 수리된 사직서는 없었다.
실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소속 전공의의 72.3% 수준인 9006명이었다.
이 같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따라 새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23일 저녁 6시 기준 38건이었다. 정부는 이들 신규 접수건을 대상으로 위반 사항을 점검하고 이 중 17건에 피해 보상 등 법률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정상 참작할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박 차관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달 말인 2월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해 달라"며 "이때까지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뒤로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박 차관은 강조했다.
그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또 3월부터는 수사와 기소 등 추가적인 사법 처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기형적 의료 체계 대응책도 내놔야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촉구하는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도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법무부는 업무 방해 선동 글 게시 행위에 대해 검경이 신속한 수사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의료 체계 특성상 정부가 실제 3월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들에게 원칙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한국의 대형병원은 전문의를 최소한으로 뽑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전공의와 전임의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과 별개로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전공의를 쥐어짜고, 그로 인해 전공의가 처하는 극단적인 워라밸 불균형을 소득 극대화 추구로 보상받으려는 의료계 분위기가 형성된 지금의 악순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대책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차관도 이에 관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정상적이지 않은 의료체계"라며 "일본은 (전공의 비중이) 1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30~40%, 어떤 병원은 거의 50%에 육박하는 전공의 의존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29일까지 복귀를 하지 않으면 발생할 이후 사태에 대해 대비하면서 중증·응급 진료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당장의 상황에 관해서는 원론적 답변만을 제시했다.
정부 "의대 증원 2000명 협상 대상 아냐" 재차 강조
한편 내일부터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진료 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의료행위가 다양하다 보니 PA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발생하는 진료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서 가능한 진료 지원 업무 범위를 현장에서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진료 지원 인력 시범사업 지침을 금일부로 안내하고, 내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과 동시에 의료계에 대화를 다시금 촉구했다.
박 차관은 의료계를 향해 "의료계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 달라"며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해 의료계와 논의하기를 희망하며, 대화의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박 차관은 다시금 의대 증원 2000명은 정부가 제시한 최소 증원 수준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차관은 "(앞서) 2000명이 왜 필요 최소한인지는 설명을 누차 드렸고 그런 정부 판단에 변화가 없다"며 "(의사들이)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에서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그런 것에 정부가 호응해 2000명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 신청 안내 공문을 지난 22일자로 각 대학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학의 정원 증원 신청을 3월 4일까지 받아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정원 확정 시기에 관해 박 차관은 "3월이 될지 4월이 될지 지금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대한 속도감 있게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초강경 의료계… 숨진 환자 발생
한편 의료계는 정부 입장과 별개로 앞으로 대응 수위를 더 높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달 3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겠다는 기존 입장을 이날 재확인하며 의협 회원들에게 배포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즈음해 회원들께 드리는 말'이라는 자료에서 지금을 "공멸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끝까지 저항할 것이냐 선택의 시점"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번 집회는 끝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항거하는 대장정의 시작점"이라며 "단 한 분도 빠짐없이 이번 집회에 참여해 그 열기로 이 사회를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물론 의사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국민 여론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와 사회는 직업윤리를 들먹이며 비판하고, 의사를 악마화하고 있다"며 "의료는 복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재난 사태'는 정부가 초래한 것"이라고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계와 정부가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경우 환자 피해는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2시경 8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으나 도착 10여 분 만에 숨졌다.
이 여성은 의료진 부재 등으로 인해 7곳의 병원에서 진료불가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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