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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경력의 상담노동자에게 자격 검증이 필요한가? 

[해를 넘긴 건강보험 고객센터 사태, 이래야 풀린다] ①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의 파업과 농성이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소속기관 설립과 고용전환'을 골자로 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공단의 '경쟁 채용' 주장과 노조의 '전원 고용승계' 요구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110일을 훌쩍 넘긴 건보고객센터지부 싸움의 요구와 이유는 무엇인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보내온 세 편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건강보험 상담사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는 2006년 고객센터 설립한 이전부터 건보공단이 수행하던 업무이며, 공공기관 민영화의 흐름에 따라 민간업체가 운영하게 되었다. 이후 건강보험의 각종 제도 안내와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담하기를 원하는 사회적 요구와 제도적 필요로 고객센터가 더욱 확장되었다.

민간 용역업체가 지난 18년간 운영하는 동안 상담노동자들은 극심한 콜 수 경쟁과 실적압박에 시달리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신음했다. 건강보험 상담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차례 전면파업을 통해 2021년 10월 21일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서 고용안정과 건강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건보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소속기관으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통해서 전환 방식, 전환 시기, 처우개선 등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2년이 넘도록 차일피일 미루더니 전체인원의 약 41%인 707명은 공개경쟁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는 원칙적으로 전환 대상이 아니고 공개경쟁 채용을 해야 하며, 이들은 비정규직 보호 병행이 필요한 대상도 아니라고 한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23년 12월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전원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경력의 상담노동자에게 자격 검증이 필요한가?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부과, 징수(4대 보험), 건겅검진, 보험급여, 장기요양 등 1091종의 상담을 하고 있고, 가입자의 재산, 소득, 질병 등 민감한 개인정보도 다루고 있어 더욱더 공익성과 공공성 강화가 필요한 업무이다.

최근 소득 정산제도 변경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왜 이렇게 많이 부과되었냐는 고객의 문의가 많다. 상담사는 고객의 현재 소득과 부과된 소득을 비교하여 조정 여부, 소득 지급처에 따른 조정 서류, 또 소득 조정에 따른 정산과 피부양자 등재 안내까지 고객의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판단하여 모두 안내해야 한다. 건강보험업무는 이렇게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업무로 인해 입사하고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단순 업무가 아니다.

더구나 단순 문의보다는 복합 문의가 늘어나면서 업무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신입 상담사의 80%가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기 일쑤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상담사들은 이 모두를 견뎌내며 숙련도와 경험을 쌓아온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것을 제쳐두더라도 용역업체 입사 전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4주간의 직업기초교육을 수료하고 평가를 거친 상담사에게 다시 공채를 통해 자격 검증하겠다는 것은 그간의 경력과 노동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이다.

해고 없는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이유

건강보험은 시장에서 개인적 선택에 따라 구매하는 사보험 상품과 달리, 법에서 정한 적용 대상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하며 전 국민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평생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따라서 국민이 건강보험고객센터로 문의를 해 올 때, 그에 대한 답변내용은 정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국민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진정한 역할이며 건보공단이 가지는 공공성이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지금처럼 공개경쟁채용만 고집한다면 전환 과정에서의 해고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경력자의 이탈로 업무 공백이 생긴다면 공공서비스의 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 역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차별과 일자리 질을 개선하고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려 했던 것이 애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의 핵심 취지이다. 현재 건보공단의 태도는 정규직 전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단이 주장하는 전환 방식, 그 어디에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방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고객센터를 소속기관으로 설립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결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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