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만난 한일 외교장관은 독도 문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문제 등에서 입장 차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양측 간 민감한 현안은 계속되고 있다.
22일 외교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 계기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대신과 21일(수, 현지시각) 오전 11시 10~40분 간 취임 후 첫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일관계, 북한‧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하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최근 히타치조선 사건 공탁금 출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측 입장을 재확인 하는 선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혀 일본의 항의 및 한국 측의 입장 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히타치조센에 강제동원됐던 피해자 이 모 씨가 피고기업인 히타치조센의 법원 공탁금을 수령했다. 2014년 소송을 제기한 이 모 씨는 지난해 12월 한국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히타치조센은 배상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이 씨는 히타치조센이 배상금의 강제집행을 막기 위한 목적 하에 법원에 담보로 공탁한 6000만 원을 배상금 명목으로 회수하기 위해 '압류 추심 명령'을 신청,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강제동원 피해자 중 최초로 일본 기업의 금원을 배상금으로 받았다.
이에 피고 기업인 히타치조센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역시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에 명백히 반하는 판결에 근거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윤덕민 주일 한국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법령에 따라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한일 외교장관은 22일로 예정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시마네현이 소위 '독도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예정인데 대해 항의하고,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임을 재차 강조하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공영방송 NHK는 22일 "시마네현은 '한국에 의해 70년간 불법 점거가 계속되고 있다'며 행사에서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다시 한 번 호소하고 현상의 해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19회가 되는 이날 행사에 일본 정부는 차관급 관리를 참석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은 "현이나 다케시마가 있는 오키노시마초의 관계자 등 외에 정부 내각부에서 영토 문제를 담당하는 히라누마 쇼지로 정무관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지난해 (시마네)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다케시마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62.9%로 전년보다 약 8%포인트 감소하는 등 관심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 행사에 대해 외교부는 2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행사를 즉각 폐지할 것을 다시 한 번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즉각 중단하고, 겸허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교부는 이에 대한 항의로 아시아태평양국장 대리가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최근 북한과 일본 간 접촉 기류가 형성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일북 관계에 대해서도 한일이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하였다"며 "양 장관은 납치 피해자 문제를 비롯하여 억류자, 국군포로 등 다양한 북한 인권 사안에 대해 한일이 협력하여 문제 해결에 기여해 나가자고 하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가 북일 간 접촉에 대해 일본에 사실상의 정보 공유를 부탁한 데에는 양측의 접촉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외교적 접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을 강조한 미국의 입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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