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전원 사직에 이어 의대상 160여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던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의 원광대병원 측은 그동안 언론 등 대외기관에 "상황 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15일 이후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됐지만 병원 측은 연신 "파악하고 있다"거나 "수시로 바뀐다.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에둘러 말해왔다.
원광대병원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대외협력 라인을 홍보팀에서 총무팀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원광대 의대생 160여명이 처음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18일에도 원광대병원 측은 "아직 파악된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의대생들이 제출한 집단 휴학을 철회했다고 알려진 당일에도 병원 측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만 되뇌였고 전공의 사직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등 극도로 말을 아꼈다.
병원 안팎에서 "전공의 모임에서 '빅5 병원'과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거나 "전공의 이탈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병원 측 대외라인은 "잘 알지 못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익산시 역시 시민들의 불안감과 환자·가족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상황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익산시는 보건소를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건소는 의료대란의 현실화를 눈앞에 둔19일까지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별도의 대응책 마련을 내색하지 않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는 내부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지켜봐야 한다"는 멘트로 일관했다.
원광대병원과 익산시가 '파악 중'이라고 똑같은 말만 읊조린 배경에는 지난 19일까지 전공의 사직과 이탈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자칫 시민들과 환자들의 반감을 사거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관심이 전북 익산과 원광대병원으로 쏠리면서 상황 변화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점도 대외(對外) 대응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한 요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에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러는 사이에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반대하는 전국 병원들의 전공의가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북특별자치도청은 20일 원광대병원 전공의 80명이 진료를 중단했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전북지역도 의료대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 전북의 수련병원 7곳의 전공의는 총 399명으로 이 중에서 86%인 34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보건복지부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원광대병원 전공의 80명을 포함한 상당수가 병원에 출근하지 않는 등 무단 결근했다고 밝혔다.
원광대병원에서 만난 환자의 보호자 L씨(53)는 "의료대란이 현실화될까 하는 걱정에 하루하루 입이 바싹 타들어 간다"며 “지역의 정확한 상황을 외부에서 듣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의 한 퇴직자는 "의료대란이 오래갈수록 피해를 보는 사람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가족"이라며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별로 시민 협조를 구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