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으로 19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으며,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 세계 지하철 사고 사망자 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은 개인택시 운전을 하던 범인이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면서 생계 유지가 어려워지자 심한 우울증을 앓게 되고,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여 지하철에서 방화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21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와 유사한 ‘묻지마 범죄’ 등이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은 대부분 계층적 양극화, 경제적 어려움, 절망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대구지하철 사건이 생각보다 더 큰 피해를 나타내게 된 것은 그 시대의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대구지하철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동 차량의 단가를 낮추고, 화재에 취약한 재질로 전동차를 제작하면서, 소화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차량 전체가 불에 타는 대형참사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시행하면서 기관사가 1인 승무제로 바뀌어 안전운행을 더욱 위협한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의 재질은 불연재로 변경되었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등의 개선대책도 추진되었지만, 여전히 전국의 지하철과 철도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 의하면 충돌, 탈선, 화재, 교통사고, 시설파손, 인명사고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지하철과 철도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2020년 58건, 2021년 64건, 2022년 82건, 2023년 67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지하철 사고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과 유가족들은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화재 연기에 노출되었던 사람은 유독 가스로 인해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고열에 노출되면서 전신화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도 심각한데 당시의 충격 때문에 자살한 사람,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있다.
이런 피해를 경험하고도 우리는 부실한 사회 안전망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관련 정책, 안전관련 인프라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여 안전 시스템을 확고히 해 나가야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책임지고 추진하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도 안전관련 예산이 감소되는 것을 막아야 사업과 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데 이를 앞장서서 감시하고 점검하는 전문가가 부족하여 대중들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금년도에는 모든 분야에서 많은 예산이 감소되었지만, 대부분 안전관련 예산이 크게 축소되었다. 서울시는 교통사고 잦은 곳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작년 73억에서 금년 55억원으로 18억원 삭감하여 전년대비 24% 감소시켰고, 농식품부는 2013년에 설립되어 농약중독과 근골격계통증 등 농민들의 건강을 연구하던 ‘농업안전보건센터’ 예산 6억원을 전액 삭감하여 전국에 설치된 5개소를 모두 폐쇄하였다. 안전보건공단은 산재예방 점검활동을 하는 안전보건지킴이 예산 124억원을 전액 삭감하였고, 세종시는 응급의료기관 지원 예산 5억원을 전액 삭감하였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의 여파로 연구실 안전관련 예산도 전년도에 비해 30억원 감소되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안전관련 예산이 축소되거나 전액 삭감되었다.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목숨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어떤 복지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저출생으로 인구감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때에 안전과 건강이 보존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다. 모든 사람이 안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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