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영입인재 1호 인터뷰를 시작으로 올해 '국회 다니는 변호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국민의힘에 영입된 범죄심리 전문가 이수정 교수, 민주당에 영입된 기후환경 전문가 박지혜 변호사를 인터뷰해 그들의 정치입문 동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었습니다. 2월부터는 4월 총선까지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주요 법안, 특히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어온 법안과 정책에 대해서 다루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특히,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모든 사람은 죽습니다. 맨손으로 왔다, 맨손으로 돌아가죠. 한 인간이 남긴 자산과 부채는 결국 가족을 포함한 누군가에게 이전되죠. 문제는 재산의 상속을 둘러싼 ‘남은 사람들’의 다툼이죠. ‘재벌가의 상속분쟁’은 무수히 많은 TV드라마의 주제를 차지합니다. 상속인들은 당연히 상속재산의 양과 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죠. 부모님이 남길 것이 많은 집안의 자녀라면,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경쟁적으로 부모님께 물심양면으로 많은 공을 들일 것입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자신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아갈 재산이 어느 정도 확정된다 싶으면, 그 다음은 ‘세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한계세율)은 50%입니다. 물론 이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대다수는 사실 이렇게 많은 상속재산을 상속받지는 못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약 37만2000명 정도 돌아가시는데, 이중 상속세신고는 약 1만9000건 정도(피상속인기준)에 불과합니다. 대략 5%정도의 인구만이 상속세 신고를 하는거죠. 대략 10억~30억 원 정도 규모의 재산상속이 1만5000건정도로 가장 많습니다.(약 75%정도)
상속의 경우는 여러 공제제도가 많습니다. 우선, 금액의 다소와 상관없이 2억 원부터 빼줍니다.(기초공제) 배우자는 최대 30억원까지 빼주죠.(배우자공제) 갑자기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 상속인들이 세금을 낼 돈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원칙(국세징수법 제12조 제1항 1호)이어서, 예외적으로만 다른 방법을 허용합니다. 재산을 현금이나 유가증권으로 가지고 계신 분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지 않습니까? 부동산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따라서, 물납(物納)이라는 방식으로, 그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대납하게 하는거죠. 최근에 넥슨 창업주 김정주씨가 안타깝게 돌아가셨었는데, 상속세가 6조 원 가량(추정) 부과되어 유가족들이 넥슨의 주식으로 대납하기도 했죠.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도 참 골칫거리입니다. 이런 주식을 시장에 팔아 현금으로 만들어 국고수입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이런 물납주식은 경영권 문제 때문에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시장에 주는 영향도 크고요. 우리나라 사회도 점차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금 유동화 여력이 대기업보다 낮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오너)의 경우는 사정이 훨씬 어렵습니다. 어찌보면 중소-중견기업의 오너분들은 자신=기업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러다 보니, 일흔서 여든이 다 되어도 회사 일을 손에 놓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의 돌아가실 때 쯤 되어서야, 자녀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문제를 고민하시게 되는거죠.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는 중소, 중견기업(매출액 5000억원 미만)오너의 경우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려 할 때 피상속인이 경영한 기간에 따라 차등화(10년~30년)해서 각 300억~600억 원을 상속재산 가액에서 빼줍니다. 이 정도 기업을 상속받는 경우에 최고세율이 50%가 넘어가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상속세를 면제받게 되는거죠. 원래 이 제도는 당초에 매우 작게 시작했습니다. 2008년 이전만 하더라도, 중소기업 오너에 대해서 공제한도를 1억원 정도로만 적용하던 것이, 여러 차례 개정을 반복해, 위에서 보듯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를 해주게 되었죠.
적용대상 기업 규모도 커졌습니다. 2011년부터는 중견기업이 포함되고, 중견기업 중에서도 매출액 기준이 점점 올라 최대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 오너에까지 적용해주게 되었죠. 이를 확대해 ‘가업 상속’이 아니라 ‘가업 증여’에 대해서까지도 유사하게 제도를 적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첫째, 창업주(오너)의 2세가 대를 이어 회사를 승계하는 것이 회사경영 안정에는 물론 고용유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둘째, 정부가 과도한 상속·증여세를 부과해 경영을 어렵게 하는 것보다는 이를 감면해줘 2세가 기업을 계속 경영하게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 안정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에도 가업승계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제도에 대해서 보수정당에서는 확대하는 데 대체로 적극적인 입장이고, 진보정당에서는 반대로 이를 꺼려하는 입장이 많다는 점입니다. 과거 2014년 말에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요건을 완화해 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김관영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전북도지사)이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해 이를 부결시킨 적도 있지요. ‘부의 세습’을 정부 제도로 뒷받침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바람직하느냐라는 인식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실제로는 진보정당 주요 지지층의 반대 또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 지금까지도 치열한 찬반토론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에 이 제도가 본격화되었고, 보수정부가 집권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그 제도가 대폭 확대되어온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이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실증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제도 확대의 긍정적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인덱스가 얼마 누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제도의 유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긍정하는 편이고, 선진국의 제도 운영에 비추어 보완할 점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특히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제도를 적용해주지 않고 있고, 업종도 정부가 지정한 업종에 대해서(물론 상당히 많은 업종을 포괄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예외적으로 적용해줍니다.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는 이러한 기업규모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한이 도리어 기업들의 성장을 막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업종별로 가업승계제도를 제한하고 있고, 업종별 변경(피상속인의 가업경영 기간 산정시)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봅니다. 부동산 임대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나, 사회적으로 경영승계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풍속영업 등 몇 개 업종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제한을 굳이 둘 필요는 없습니다. 어떠한 산업간 융합의 칸막이 내지는 성장의 문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확대하는 데에 따른 반대급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부의 재분배 없이 사회의 계급화는 고착화될 수 밖에 없죠. 한국은 OECD국가중 이러한 빈부격차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나라(처분가능소득기준 10분위 배수 통계, 36개 회원국중 32위)입니다. 이를 완화하는 격차 완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사견으로는 제도를 완화해 준 반대급부로 '감면 특별세'를 거두는 방식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가업승계를 통해 상속/증여 세금을 100억 원을 깎아주었다면, 20%정도인 20억 원만큼은 다시 연차별로 특별세를 납부하게 하는 것이죠.(농어촌특별세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감면받은 이자·배당소득이 있다면 다시 여기에 10%의 세금을 부과합니다.) 특별세로 거둔 20억 원으로 벤처기업의 육성이나 국민연금의 재원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는 거죠. 이를 상속·증여공제를 받은 상속인·수증자들이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죠. 제도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안정적으로 벤처기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이 많은데 이를 해소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창업주의 자녀들이 그만큼 사회적 혜택을 받았다면, 그만큼 다른 자녀들도 성장할 수 있는 창업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공정한 사회 제도 운영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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