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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익산군 관아 모습? … "마음과 눈 기쁠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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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전 익산군 관아 모습? … "마음과 눈 기쁠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익산시 오횡묵 익산군수 기록 '익산 총쇄록(하)' 번역서 발간

'지금의 익산은 옛날 금마국이었는데, 이미 고증할 수 있는 유적이 없는데다 올라가 구경할만한 좋은 누각이나 빼어난 정자도 없다. 그나마 훈지당이 있는데 우암 송시열 선생이 돌아다닐 적에 지나다 편액을 써준 건물이다. (중략)'

'건물의 조성, 위치의 그윽함, 그리고 연못과 돈대, 화초와 나무, 안개와 구름, 물고기와 새 등등 마음과 눈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여기에 모두 갖춰져 있으니 성안이 지척이지만 하나의 다른 구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럽고 막힌 곳을 씻어내고 오래되어 썩어가는 것들을 치웠으며, 또한 연뿌리를 널리 구해 지극히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 이에 연못에 잠겨 있는 연꽃은 물결에 찰랑이고 둘러싸고 있는 화목은 무성해져, 난간에 기대어 굽어보면 분강과 옥정의 흥취가 있고, 섬돌을 따라 걸으면 망천과 금리의 즐거움이 있었다.'

1901년부터 익산군수로 재임했던 채원 오횡묵(吳宖黙: 1834~1906)이 기록한 '익산총쇄록(하)'의 550쪽 '연당행(蓮堂行)'편에 수록돼 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익산군 관아 지도 오른쪽에 훈지당과 징벽지(연못) 그림이 있다. 지도는 1872년 조선후기 지방지도 익산군 지도 ⓒ익산시

'연당행'은 익산군 관아에 있던 훈지당과 징벽지의 화초, 나무, 건물의 조성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익산군 관아의 120년 전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와 원광대학교 한문번역연구소가 120년 전 고도(古都) 익산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익산총쇄록(하)' 번역서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발간은 지난해 총쇄록에 실린 143편의 글을 번역해 '익산총쇄록(상)'을 펴낸 후속이라 할 수 있다.

'익산총쇄록'은 채원 오횡묵이 1901년 1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익산군수로 재임하면서 수행했던 각종 통치업무를 비롯해, 지인들과의 교류, 지역사회에 대한 감상 등을 기록한 시문집으로, 이번에 발간한 '총쇄록(하)'는 작품 총 417제 524수를 정리한 것이다.

오횡묵의 한시에는 '미력하나마 익산의 기근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각오 등 지방수령으로서의 다채롭고 풍부한 일상 정서가 담겼다.

'연당행' 편에서 오횡묵은 "내가 처음 부임하여 시험 삼아 한 번 올라가 둘러보았는데, 무너진 집이나 황량한 건물에 들어온 듯 오싹하여 다시 오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적었다.

오횡묵은 그러나 "옛 현인이 향기로운 자취를 남긴 지역을 매몰되도록 정비하지 않은 것이 개탄스럽다"며 "즉시 기둥마다 시를 적은 판자를 달아 추모하는 뜻을 붙였으며, 더럽고 막힌 곳을 씻어내고 오래되어 썩어가는 것들을 치웠으며, 연뿌리를 널리 구해 지극히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고 기술했다.

▲익산문헌자료총서4 '익산 총쇄록 완역본' 발간 ⓒ익산시

총 660여쪽의 '익산총쇄록(하)'에는 '폭우를 근심하다'는 천재지변에 대한 걱정과 '농사를 권하는 노래', 유월 열흘날 비가 와서 기쁨을 기록하다' 등 개인적인 심정부터 '무관 이희선의 전별작품에 화답하다', 최우식이 수박을 보내주어 사례하다' 등의 일상이 수백 편을 나뉘어 빼곡히 기술하고 있다.

'전주로 가는 도중에 즉흥으로 운 자를 정해 짓다'라는 편의 한시는 '날씨는 화창하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데/길 양쪽의 만물은 아름답고 생기 있다. 논에는 일찌감치 모내기를 두루 했고/밭두둑 보리 일제히 익어가는 시절이다'고 생생한 시어(詩語)를 동원해 자신의 감흥을 읊기도 했다.

특히 지자체와 학계 전문가 노력으로 근대기 고도 익산이 어떠했는지를 밝힐 수 있는 '익산총쇄록' 번역서가 완간된 것은 지역사 연구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가 깊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세계유산도시 익산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익산 고문헌자료를 발굴·번역해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발간된 총쇄록은 학교와 연구기관, 도서관 등에 배포해 교육자료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익산시청 누리집에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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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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