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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제3지대 통합 선언…'합리적 중도' 대신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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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제3지대 통합 선언…'합리적 중도' 대신 이준석?

李, 노인·여성 겨냥 갈라치기 행보…제3지대 내부 비판 실종

설을 하루 앞둔 9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김종민·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조성주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 중심의 원칙과상식이 통합을 선언하고 연휴 뒤 공동창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4개 세력이 이날 발표한 '제3지대 통합신당 창당 합의문'을 보면, 통합신당의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공동대표는 이낙연 대표(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겸임)와 이준석 대표로 결정됐다. 최고위원은 4개 세력이 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새로 탄생할 제3지대 통합신당은 어떤 모습일까. 양당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환호할 만한 합리적인 지향을 가진 당이 될 수 있을까.

통합신당의 성격을 점치기 위해 눈이 가는 사전 지표는 합당 전 각 세력이 받던 지지율이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세력들이 꾸린 통합신당 내 역학구도와 직결될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은 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낙연 신당'과 동률이다. 국회 내 기존 소수당인 녹색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의 지지율은 각각 1%였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총선 지지 의향(지지율 조사와 달리 중복 선택 가능)'을 보면, 전체 응답자 중 '이준석 신당' 지지 의향자는 20%, '이낙연 신당'은 16%였다.

유권자의 지지만 놓고 보면,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4개 세력 중 최소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지분을 가진 세력이었다. 실제 통합 막판 쟁점이었던 건으로 알려진 당명과 지도체제에서도 이준석 대표는 상당한 지분을 확보했다. 문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데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나', '20대 여성들이 정치권에 전달한 담론은 추상적' 등 발언과 함께 이른바 '이대남' 전략을 주도하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도 대립해 온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탈당 뒤에도 정책과 인물 양면에서 '갈라치기'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이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업데이트 된 '갈라치기' 정책

개혁신당표 '갈라치기' 전략의 신호탄은 지난달 18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 발표였다. 당일 이준석 대표는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며 대신 "65세 이상 노인층에게 월 1만 원, 연간 12만 원을 교통카드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해 "공산국가였던 소련의 고연령층 무임승차 제도를 본따" 만들어졌다며 '색깔론'적 공세도 폈다.

곧바로 사회적 약자인 노인 세대가 받는 복지 혜택에 대한 불만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고령화 문제와 지하철 적자에 대응하는 '갈라치기' 정책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다른 제3지대 정당인 새로운선택도 지난달 23일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아질 때까지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유지"하고 '수도권 위주의 무임승차 복지를 지역교통에도 적용'하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비판 여론과 대안 제시에도 이준석 대표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의 방송토론에서 그는 "4호선 51개 지하철역 중 가장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역이 어디인지 아나? 경마장역"이라며 "이게 어떻게 젊은 세대에 받아들여질지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세대 갈라치기'에 나섰다. 전체 호선역 중 경마공원역의 무임승차 인원은 125위, 비율은 17위라는 점에 비춰보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를 취사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9일 "빠르면 2030년부터 공개채용을 통해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병역을 필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며 "한쪽 성별만 부담했던 병역을 나머지 절반이 조금씩 더 부담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겨냥한 '성별 갈라치기' 공약을 또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저출생에 대한 고민이 없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관점을 담은 비판 목소리도 있었다.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병역 수급, 물론 걱정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 과학군(軍)을 더 확대한다거나"라며 "어떻게 가임 연령에 있는 여성들에게 맷돌을 얹어버리는 이런 방식을 고안했을까 저는 굉장히 걱정"이라고 밝힌 것.

다만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에 대해 개혁신당과 다른 대안을 제시했던 새로운선택은 '여성 병역'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11일 "병역 성평등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일찌감치 제안했다. 이준석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 탈당을 예고한 날로부터 일주일 뒤였다는 점에서 이는 '안티 페미니즘' 정치의 기수로 자리 잡은 이준석 대표의 제3지대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장면이다.

실제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 전략이 통합 논의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새로운선택이 발표한 '제3지대 통합정당 최소강령'에도, 지난 6일 원칙과상식이 발표한 '빅텐트 통합을 위한 최소강령'에도 개혁신당의 '갈라치기' 정책에 대한 직접적 문제의식은 담기지 않았다.

정의당 출신 배복주, 류호정 상대로 '인물 갈라치기'도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과거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자신의 행보를 비판했던 정의당 출신 인사들과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인물 갈라치기'에 나서며 제3지대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쥐려 시도했다. 류호정 새로운선택 시민소통위원장과 새로운미래 합류를 검토 중인 장애인 운동가 출신 배복주 전 미래대연합 여성본부장이 그 대상으로 여겨졌다.

특히 배 전 본부장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YTN 인터뷰에서 "이준석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걸 업무로 삼은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왜 개혁신당에 함께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대표적으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단체가 있다. 그런데 그 단체 박경석 대표의 부인 되시는 분이 정의당을 탈당하고 이낙연 대표와 함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새로운선택과 새로운미래는 난감해했다. 금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혁신당이 류 위원장의 거취를 문제 삼는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면 어렵다. 그럼 또 각자 하면 되는 것"이라며 "개혁신당 측에서 그게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6일 기독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배 전 본부장과 같이 갈 수 없다고 했다'는 질문에 "일일이 말하지 않겠다"고 답을 피했다.

그럼에도 제3지대 통합 논의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로 일단락됐다. '새정치'나 합리적 중도의 출현에 관한 기대를 받거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차지해 온 제3지대를 '갈라치기' 색채를 가진 정당이 차지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월 30일~2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표본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2.7%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월 23일~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표본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6.7%다.

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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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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