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담당했던 박은정 광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이장폐천(以掌蔽天) 행위에 추호도 협조할 생각이 없다. 디올백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장폐천'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박 부장검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며칠 전 법무부가 저를 징계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저는 고발사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검사도 일찌감치 무혐의로 덮고 또 승진까지 시키는 이장폐천 행위에 추호도 협조할 생각이 없다. 디올백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며 "따라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며,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검사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회의는 오는 14일에 열린다.
박 부장검사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염두에 둔 듯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임기 도중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저는 사기꾼이 아니다(Well, I’m not a crook)'라는 주장과 1973년 11월 12일 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닉슨과 미국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적 지점을 지났다. 대통령은 사임하라"라는 글을 인용하며 "결국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 방해를 지시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 부장검사는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김학의 사건'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잘 아는 사실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김건희 명품백' 역시 (김건희 여사는) 피해자이며, 패소할 결심으로 수사 방해, 감찰 방해, 판사 사찰문건 배포 등을 덮는 행위들이 저는 "I’m not a crook"('사기꾼이 아니다'라는 닉슨의 주장)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박 부장검사는 또 "얼마 전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관련 항소심이 종결됐다. 2심은 면직이상의 중징계도 가능하다고 판시한 1심과 달리,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구성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면서 자신이 담당한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지난 3년여의 과정을 되짚기도 했다.
그는 "지난 3년의 과정에서 피징계자(윤석열 전 총장)는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었고, 사건 관계자(한동훈 전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며 "그리고 이들은 사이좋게 당해 사건의 원고와 피고가 되었고 피고 측 법무부는 노골적으로 법치주의 형해화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판결을 뒤집기 위해 1심 변호인을 해임하고, 증인 신청조차 하지 않고, 저의 휴대폰을 압수했으며, 수차례 소환과 자정 넘어까지 조사, 출국금지에 심지어 친정집 압수수색까지 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으로 당시 투병 중이던 아버지 모습은 아직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의 각고(刻苦)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심에 이어 항소심 역시 제가 수행했던 감찰 업무는 모두 적법했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법무부는 상고를 포기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법원이 절차상 흠결을 이유로 검사의 징계 취소 판결을 한 경우 검찰총장이 재징계를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셀프패소' '직무유기'라는 거센 비난에도 그저 무작정 상고를 포기했다. 이른바 '패소할 결심'이 결실을 본 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실은 지난해 9월부터 박 부장검사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감찰에 돌입했다. 두 사람이 2020년 10월 윤 검찰총장 감찰과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으로부터 한동훈 검사장(전 법무부 장관이자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해 채널A의 '검언유착 사건' 자료를 받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박 부장검사는 지난 2022년 6월에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한 법무부 장관은 입건 중이라는 이유로 박 부장검사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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