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송 신년대담에서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인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언급 자체를 여전히 꺼리고 있다.
한 위원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윤 대통령이 신년대담을 통해 김 전 대표 의혹에 대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질문을 듣고 "저는 충분히 제 입장을 밝혔다"며 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TV 대담으로 해명이 충분히 이뤄질 거라 보느냐'는 질문에도 "제가 평가하고 판단할 문제가 아닌 거 같다"며 "(대통령이)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셨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김 전 대표 문제와 관련,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대통령의 직접 입장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용산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내에서 '대통령 영부인 사과' 등의 요구가 나왔을 때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던 한 위원장은, 지난달 2차례에 걸쳐 이어진 윤 대통령과의 갈등 봉합 국면에선 "제가 (김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본인이 여당 대표로서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엔 "저는 매일 기자회견을 한다"며 "이런 우리의 문답이 전혀 사전준비나 약속이 된 것이 아니잖나, 저는 이걸로 평가 받겠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대부분의 출근길에서 기자들과의 약식회견을 진행해왔다.
그는 본인의 출근길 회견과 관련해 "물론 이것(출근길 회견)을 통해서 제가 꺾여버릴 만한 리스크도 크다. 말실수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저는 이렇게 하려 한다.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맞는 말을 해야 우리 당이 뭘 하려 하는지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초기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연상시키는 말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민소통을 강조하며 출근길마다 기자들과의 약식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나, 문답 과정에서의 여러 논란 이후 도어스테핑을 완전 폐지했다. 이후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번 신년대담 기획이 알려지기 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분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생일을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생일 선물로 난(蘭)을 보냈다. 그는 '김형동 비서실장이 축하 난을 들고 대구로 가고 있는 걸로 아는데, 박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미 생신 선물로 제 뜻을 전달했고 (답을) 듣고 왔다고 들었다"고만 했다. 다만 그는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사회 원로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해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 관련 입장을 정하기 위해 전당원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민주당에 갈 걸 그랬다. 정치하기 너무 편할 것 같다. 뭐라고 이야기해도 얼마든지 말 바꿔도 되고, 거기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아 하는 것 같다"며 "기본적인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공세를 폈다. 다만 민주당이 전당원투표를 통해 추진하려는 것은 국민의힘이 그간 민주당에 요구해온 '병립형 회귀' 안이어서, 한 위원장의 이날 비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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