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화당과 보수 매체의 음모론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지한 스위프트의 정치적 표현을 막고 음모론으로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 보수 매체 폭스뉴스는 연일 스위프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폭스뉴스 진행자 제닌 피로는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방송에서 스위프트를 향해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 우린 거기서 당신을 보고 싶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경계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진행자인 브라이언 킬미드도 스위프트의 바이든 지지 가능성을 두고 "대형 슈퍼스타가 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중순 폭스뉴스의 또 다른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스위프트가 미 국방부의 심리 전략 자산이라는 근거 없는 발언을 하며 스위프트의 인기가 이에 기인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뉴욕타임스>(NYT)는 우파 활동가들 사이에서 스위프트와 미식축구 선수인 트래비스 켈시와의 연애 또한 민주당이 기획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비벡 라마스와미도 소셜미디어에 "다음달 슈퍼볼(프로미식축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누가 우승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올 가을에 인위적으로 문화적 지지를 받은 (스위프트) 커플의 대선 후보 지지가 나올지도 궁금하다"고 적으며 음모론을 부추겼다.
스위프트는 올해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밝힌 바 없지만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대중음악 콘서트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약 1조 3325억 원)를 돌파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2억 7000만 명의 이 영향력 있는 가수가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 경우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우파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프트는 2020년 당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는 유색 인종이 안전하고 대표성을 가지며 여성이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을 선택할 수 있고 성소수자(LGBTQIA+) 공동체가 인정 받고 포용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
지난달 29일 바이든 대선 캠프가 스위프트의 지지를 확보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 뒤 우파의 초조함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은 조엘 페니 미 몽클레어 주립대 미디어학 교수가 최근 스위프트를 겨냥한 게시글이 넘쳐나는 것이 스위프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영향력을 사전에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우파들의 과잉 반응 배경엔 고령 이미지의 바이든 대통령이 스위프트를 통해 젊은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인 제니퍼 로레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우파들이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이를 손에 쥐면 바이든 캠페인이 그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젊은층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스위프트 팬의 다수가 젊은 여성으로 이들은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에 대한 헌법적 보호(로 대 웨이드 판결)를 폐기한 뒤 공화당이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단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짚었다. 스위프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임신중지권을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최근 스위프트의 연인 켈시가 속한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슈퍼볼 진출이 확정되며 우파 쪽 경계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프트가 11일 슈퍼볼 경기를 관람할 것인지 여부는 이미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스위프트는 종종 연인이 출전한 경기를 관람하며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슈퍼볼은 1억 명이 넘는 인구가 시청하는 미 최대 스포츠 행사다.
켈시 또한 지난해 9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광고를 찍었다는 이유로 극우 백신반대자들 및 음모론자들의 표적이 된 바 있다. 소셜미디어엔 슈퍼볼 시청률을 높이고 바이든 지지를 높이고자 켈시와 스위프트가 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 의해 연인이 됐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언론 감시 단체 미디어매터스의 대외협력부국장 브레넌 수엔이 우파 쪽이 이제 스위프트가 바이든 지지 선언을 할 것이 두려워 "입 다물고 노래나 하도록"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우파 내에서도 스위프트 공격이 현명한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공보국장을 맡았던 알리사 파라 그리핀은 소셜미디어에 "지난 20년 간 대중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한 공화당이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팝스타 중 하나와 NFL을 공격하는 신기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스위프트가 실제 선거를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스위프트가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 지지를 공개 표명했던 2018년 테네시주 중간선거에서는 스위프트가 비판했던 마샤 블랙번이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다만 지난해 9월 스위프트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자 미국 유권자 등록사이트(Vote.org)에 곧바로 3만 5000명 이상이 신규 등록했다.
헨리 CW 로렌스 미 보든대 정부학 학과장이 스위프트에 대한 우파의 분노는 "국가를 분열시킨 양극화 문제"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평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존재할 필요가 없는 일종의 인위적 분열을 만들기 위해 어떤 종류의 쐐기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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