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엔(UN)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를 명령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명령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스라엘 집단학살 혐의 ICJ 제소를 검토하고 총 6가지 잠정조치를 판결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측은 지난달 29일 ICJ에 관련 소장을 제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 등 9개 임시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ICJ는 구체적으론 △집단학살 협약에 반하는 행위를 삼갈 것 △집단학살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선동을 방지 및 처벌할 것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 △집단학살의 증거를 보존할 것 △그리고 이번 명령을 준수하기 위해 취한 모든 조치에 대해 한 달 이내에 ICJ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이스라엘에 명령했다.
ICJ는 남아공 측 요구처럼 '가자지구 내에서의 군사작전 중단'을 명시적으로 명령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방지·증거보존·피해자지원 등을 명령한 해당 판결을 두고 국제사회에선 "팔레스타인인들을 더 큰 고통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아녜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당일 해당 판결을 두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구를 대량 학살하고 전례 없는 규모로 팔레스타인인에게 죽음과 공포, 고통을 가하기 위한 무자비한 군사 작전을 추진하는 것을 세계가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다만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만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이 겪고 있는 잔혹 행위와 참상을 종식시킬 수는 없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맹공격을 멈추기 위해 효과적이고 통일된 압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지를 요구하는 더 분명한 수준의 압력조치가 필요하다는 셈이다. 그는 "비록 ICJ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모든 당사자에 의한 즉각적인 휴전은 잠정 조치를 이행하고 민간인들의 전례 없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영국, 독일 및 기타 유럽연합(EU) 국가의 지도자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한 존중을 표해야 할 것이며, 집단학살 방지 의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자지구 사태에 대한 미국 및 EU 국가들의 역할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지지를 촉구하는 등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이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앞바다에 인공섬 건설' 등 다소 엉뚱한 안을 내놓으며 EU 국가들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 관련기사 : EU '2국가 해법' 촉구에 이스라엘 엉뚱 제안 "가자 앞바다 인공섬")
대표적인 친 이스라엘 국가인 미국 또한 이스라엘 군사작전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에 반대하고 두 국가 해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여왔다. 다만 국제사회 일각에선 이 같은 서방국가들의 태도가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관련기사 : <가디언>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바이든 입장은 '립서비스'에 불과해")
국제앰네스티 측은 "모든 국가들은 국제법에 따라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가자지구 봉쇄 해제 △팔레스타인 군사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에 대한 포괄적인 무기수출 금지조치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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