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여러분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마십시오. 제가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입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판사는 24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피해자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판사는 "저는 이 사건을 통해 한 사람의 탐욕이 수많은 사회구성원의 삶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봤다"라며 "저는 여러분의 희생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또 여러분의 탄원대로 이 사건과 같은 피해를 막는 초석을 세운다는 심정으로 영구 보존되는 판결문 안에 여러분의 고통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판사는 이번 사건 판결문에 50개에 달하는 탄원서 내용을 담았고 피해자 1명이 보낸 탄원서는 아예 전문을 담으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그저 전시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아픔이야말로 이 사건의 형을 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밝히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한 개인의 욕망과 그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 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결코 여러분이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라며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또한 "비롯 여러분은 너무 빨리 인생의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미 정해져 있어서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는 시련 중 하나를 남들보다 좀 더 일찍 만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 판사는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이라며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서는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박 판사의 위로에 일부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박 판사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 1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 채무 현황과 실제 임대차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약을 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검찰 구형(징역 13년)보다 높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 씨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229명에 달하며 1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사회초년생이거나 청년들로 이번 피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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