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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구불의체(九不宜體)’와 ‘표절(剽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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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구불의체(九不宜體)’와 ‘표절(剽竊)’

이규보(1169 ~ 1241)는 현 경기도 여주시 출생으로 여주 이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고려 말에 시론을 정립하여 용사(用事)·성률(聲律)·수사(修辭)등에 대해 독특한 자신의 이론을 정립했다. 그가 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시작법에 있어서 피해야 할 구체적인 예 9가지’를 제시하였다. 그것을 보통 구불의체(九不宜體 : 9가지 마땅하지 않은 체)라고 한다. 이 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권22에 있는 「논시중미지약언(論詩中微旨略言)」에 실려 있다. 홍만종(洪萬宗)의 『시화총림(詩話叢林)』 첫머리에 있는 「백운소설(白雲小說)」에 실려 있다. 「구불의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한 편의 시 속에 사람의 이름을 많이 쓰면, 귀신을 수레에 가득 실은 것과 같은 문체인 재귀영거체(載鬼盈車體)이다. ② 사람의 글뜻을 몰래 취해 쓰면 서툰 도둑이 잡히기 쉬운 것과 같은 문체인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이다. ③ 강운(强韻)으로 압운(押韻)하되 근거가 없으면 쇠뇌를 당기나, 그 쇠뇌를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문체인 만노불승체(挽弩不勝體)이다. ④ 그 재주는 헤아리지 않고 정도에 지나치게 압운하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과 같은 문체인 음주과량체(飮酒過量體)이다. ⑤ 어려운 글자 쓰기를 좋아하여 사람을 미혹하게 하면, 구덩이를 파놓고 장님을 이끄는 것과 같은 문체인 설갱도맹체(設坑導盲體)이다. ⑥ 말이 순탄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그것을 쓰도록 하면, 남에게 억지로 자기를 따르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문체인 강인종기체(强人從己體)이다. ⑦ 일상용어를 많이 쓰면 촌사람들의 이야기식과 같은 문체인 촌부회담체(村夫會談體)이다. ⑧ 성인의 이름쓰기를 좋아하면 존귀한 이름을 함부로 범하는 것과 같은 문체인 능범존귀체(凌犯尊貴體)이다. ⑨ 글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으면 강아지풀이 밭에 가득찬 것과 같은 문체인 낭유만전체(莨莠滿田體)이다.(<나무 위키>에서 인용함)

이 ‘구불의체’에서 두 번째로 보이는 것이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이다. 남의 글을 몰래 취해서 쓰면 모자라는 도둑이 쉽게 잡히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표절(剽竊)에 관해서는 상당히 엄격하게 말했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것은 이규보가 말한 시창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글쓰기에 적용된다고 본다. 다만 고려인들이 중국인에 비해 압운에 능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능력 밖에 있는 어려운 글자는 쓰지 말 것을 권했다. 즉 글이라는 것은 자기 수준에 맞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며칠 전부터 모 차관의 표절에 관한 내용이 신문을 덮고 있다. 세상이 조금 각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법인 카드를 개인용으로 사용한 예는 수도 없이 많이 등장했다. 법인 카드 문제는 글쓰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말이니 생략하고 표절에 관한 이야기만 해 보자.

위에서 이규보의 말대로 표절은 문학에서는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라고 한다. 표절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시나 글, 음악 따위를 지을 때 남의 작품의 일부를 자기 것인 양 몰래 따서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결국 남의 것을 훔쳐 썼다는 말이다. ‘자기 표절’이라는 말도 있다. 자신이 쓴 논문을 밝히지 않고 다른 논문에서 그대로 쓴 것을 이른다. 사실 1970년 대에는 표절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자신의 논문을 제목만 바꿔서 다른 학회에 제출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자기표절’을 조금 관대하게 처리했으나, 교육부에서 일반적인 표절과 동일하게 다루기로 했다. 비슷한 말로는 ‘도작’, ‘초설’, ‘초습(남이 한 주장이나 가설을 자기의 것인 양 몰래 따서 씀)’ 등이 있다. 학자는 남의 논문을 표절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다.

요즘은 ‘카피 킬러(copykiler)’라는 것이 있어 금방 표절률이 몇 %인지 출력된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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