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2년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해 달에 깃발을 꽂겠다던 달 착륙선이 정작 사업 기획 과정에서는 착륙선의 심장인 엔진을 해외에서 들여오려다 제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핵심 기술임에도 국내 개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외 도입을 시도하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할 뻔한 것이다.
14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종합평가위원회는 당초 해외 도입 예정이던 이원추진제 추진체를 국산화하도록 하는 대안 사업을 만들어 예타를 통과시켰다.
이원추진제 추진체는 연료와 산화제를 다른 탱크에 저장해 필요할 때 섞어 추력을 내는 엔진이다.
연료량 조절이 가능해 세밀한 추력을 낼 수 있어 달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연착륙이 필요한 달 착륙선의 핵심 장비 중 하나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국내 산업체 역량을 고려했을 때 사업 일정에 차질 없이 독자 개발이 어렵고 참여 의향도 없다며 해외 도입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종합평가위는 독자적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겠다며 정작 핵심기술을 해외 도입에 의존하면 사업이 성공해도 실질적으로 얻을 혜택이나 축적될 기술이 없다고 지적했다.
종합평가위는 "달 착륙선 개발사업에서 '국내 여력 부족'으로 독자 기술개발을 위한 추진계 연구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10년 후 우주탐사 개발사업에서도 같은 논리로 해외 구매를 반복할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다.
앞서 2010년 발사한 천리안 위성 개발 사업에서도 국내 여력 부족으로 이원 추력기를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도입했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과기정통부가 2032년 달 착륙 성공에만 초점을 맞춰 안전한 연구개발(R&D) 기획을 했다가 이런 지적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평가위는 달 착륙선의 과학적 탐사 목표가 없다며 착륙선에 실릴 탑재체들에 대해서도 퇴짜를 놨다.
불분명한 목표하에 설계된 탑재체 성능요건들은 결국 임무 목표에 미달해 국제적으로도 협력 대상이 될 수 없는 수준이란 것이다.
결국 과기정통부에 달 착륙선의 과학기술 임무를 담은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달 착륙선 탑재체 공모를 하라고 종합평가위는 제안했다.
국내 우주탐사 사업이 과학적 비전 없이 설계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다.
짐 프리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탐사시스템본부장은 지난달 인천에서 열린 국제우주탐사협의체(ISECG) 고위급 회의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달과 화성에 가는 목표를 분명히 한다"며 한국에 우주탐사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