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금마면은 '미래의 땅'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미래를 기다리는 땅'이다.
백제 최대의 사찰이었던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국립익산박물이 있고,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 공사도 한창이다. 정주여건 개선과 골목상권 활성화, 도시재생사업 등 많은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익산 유일의 지역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사업과 연계되는 사업도 적지 않다. 백제한옥한류 숙박체험마을 조성 등 20여 개 사업에 이른다. 이들 각종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를 합치면 2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돈다.
겉으로는 곳곳이 신축공사로 활력 넘치는 '현재의 땅'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경기동행지표인 부동산 거래를 살펴 보면 경기침체의 싸늘한 손에 발목이 잡혀 사실상 완전 중단 상태이다.
주요 도로변의 상가 1층 건물 매매가는 평당 200만~300만원 가량으로 3~4년 전의 가격과 똑같다.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도로변은 평당 120만~130만원 정도이지만 역시 수 년째 보합세이다. 전에는 적잖게 볼 수 있었던 외지인들의 투자자금 유입은 뚝 끊긴지 오래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50대 K 사장은 "오늘 오후 3시까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부동산 경기가 죽은 최근 2~3년은 정말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개발이 되네 하는 소문이 나돌며 땅값은 목에 찰 때까지 찬 상태"라며 "거래가 완전히 실종됐지만 앞으로 막연히 좋아질 것이란 기대심리에 부풀어 있는 곳이 바로 금마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마면은 '내일을 기다리는 고도(古都)'를 연상하게 했다. 12일 오후 2시 금마면 선화공원 인근 주요 도로변에는 주·정차된 차량들이 즐비했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그림자조차 찾기 힘들 정도였다.
금마파출소 주변의 금마면 행복센터 신축공사와 금마농협 로컬푸드 신축사업 등 공사장 주변에만 관계자들이 바쁜 일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금마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청담 사장(32)은 "경기가 좋지 않아 업종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임대료가 지난 5년 동안 단 한 푼도 인상되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가라앉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다만 익산시가 대규모 사업 추진을 통해 2025년 이후 연간 관광객 500만명 이상 1천만명까지 방문하는 '제2의 한옥마을'을 만들겠다며 열심히 뛰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며 "지금은 힘들더라도 미래는 좋아질 것이란 막연한 심리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재생 등 각종 사업이 추진되며 지역 주민들이 도심지 외곽으로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빙하기에 있는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 따뜻한 봄날이 오면 원주민이 쫓겨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익산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금마고도지역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금마면 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진행했다.
협약은 △임대인은 협약 체결 이후 임차인에게 5년간 임대차 기간 보장 △임대차 기간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의 기준보다 낮게 임차액 설정 △보증금의 인상률을 4%로 제한 등 3개항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차인은 주위청결과 부대시설 관리 등 상가건물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등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최우선했다.
부동산 거래는 끊겼지만 향후 2년 후엔 관광객이 몰려드는 '제2의 전주한옥마을'로 변신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내일을 위해 하나씩 각종 기반을 쌓아가는 '미래의 땅'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다.
익산시는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와 함께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지역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효과를 보게 될 날이 올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 금마면은 그야 말로 '왕의 궁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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