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북한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군사적 협력 조짐이 없다며 그를 뒷받침할 증거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까지 공개하며 양측의 협력을 주장했던 한국의 국가정보원과는 다른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북한과 하마스 간 어떤 종류의 군사 협력이 있다는 조짐은 전혀 인지하지 않고 있다"며 "그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무기가 하마스로 전달되고 있다는 국정원의 판단과는 다른 대목이다. 국정원은 지난 8일 하마스가 사용한 F-7 로켓의 기폭 장치 부분의 부품이 북한산으로 보인다는 <미국의소리> 방송 보도에 대해 "동일하게 판단한다"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미 양측이 북한과 하마스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엇박자를 내고 있는 배경을 두고 양측 관계를 적극적으로 밝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을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와 중동 상황을 관리하려는 미국 정부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군사적 충돌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상황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 중동의 현 상황이 확전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데, 하마스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강조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 중동 상황의 악화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물론 미국이 실제로 하마스와 북한 간 군사협력의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하마스 와는 달리 북한-러시아 간 무기거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양국 간 무기거래가 언급됐다. 커비 조정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한반도에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의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상황 속에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이 남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구매함으로써 확실히 군사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고, 여러번 말했듯 그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타격에 사용됐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관계 및 러시아가 제제를 회피하고 북한과 계속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다"며 "그들은 적어도 이 지역의 목표와 목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우리는 이것을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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