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 최초 시공된 보차도용 콘크리트 블록이 'KS 기준 미달품'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자인 LH측은 미달품에 대해 "미세한 수준이어서 합격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는 "사실상 반출대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0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는 2022년 12월 제안공고를 통해 수서역세권 지구 조성공사 보차도용콘크리트블록을 구매·시공 중이다.
당시 LH는 투수능력(투수성능 지속성) 1등급 이상을 요구했고, 입찰에 선정된 업체로부터 현장에 납품된 투수블록에 대한 품질시험이 지난해 3월 진행됐다.
이 결과 휨강도 부분에서 KS F 4419 기준에 미달하는 시험 성적이 나왔다. 5개 시편 중 1개 시편에서 4.0Mpa에 미달하는 3.9Mpa 수치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LH는 기준 미달 제품을 반출 조치하거나 재시험을 즉각 의뢰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건설사업관리인이 1개 시편 값은 미세한 수준으로, 합격수준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LH는 "투수지속성 시험이 누락된 최초 시험 휨강도 부분에서 5개 시편 중 1개 시편만이 미세한 수준에서 미달, 이후 추가(2차 시험)을 실시했으며, 시험결과는 투수지속성 포함 모든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제출됐다"며 "콘크리트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도가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를 고려해 추가 품질검사를 시행하기로 판단했으며, 추가 검사 시 지속 미달일 경우 전면 재시공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록업계는 "기준 미달 제품이 확인되면 납품업체에 반출공문을 보내고 해당 제품을 반출시킨 뒤 재입고한 제품으로 품질시험을 다시 실시해야 하는데, 미세한 수준이라서 합격이라면 품질시험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LH는 "해당업체는 나라장터에 적격으로 등록된 업체이며, 휨강도 미달과 관련해 추가 품질검사를 시행하는 등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업무처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LH 수서역세권 현장은 지난해 3월 품질시험 의뢰 당시 반드시 실시했어야할 '투수지속성 1등급' 시험도 누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실은 LH가 "제품 납품 이후 검수자(건설사업관리인/ 시공자)가 시험을 실시했으나, 공사계약시방서상 '투수지속성 시험이 없음'을 확인하고 이후 투수지속성 시험을 포함한 추가 시험을 실시함"이라고 <프레시안>에 밝히면서 드러났다.
수서역세권 현장의 투수지속성에 대한 2차 품질시험은 KS기준 미달 성적서가 나온 지난해 3월 이후 약 두 달여 만인 지난해 5월 처음 실시돼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시험성적서가 명확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공개적인 품질시험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LH 한 관계자는 "입주관련 입주자 편의 및 공사현장 여건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자체 품질검사 시행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향후 이와 같은 논란이 발생치 않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는 업무·유통·주거시설을 갖춘 복합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이 지구에선 지난해 8월 철근이 누락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