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미래는 '파란 불'일까? 급변하는 미래 교육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휴대폰이 없이는 한 시간도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영상중독'에 이어 '숏츠' 동영상까지 나오면서 영상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긴 시간의 영상은 아예 보지도 않는 게 현실. 숏츠 동영상도 1.5배속으로 빠르게 본다. 여기에 완전히 길들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학생생활기록부도 인공지능 챗GPT의 도움을 얻어 작성하는 시대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23년은 교실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무참히 무너진 교권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만큼 교권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을 휘몰아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학교 교실에 아이들의 미래와 희망은 있는 것일까?
<프레시안>은 이같은 격랑 속에서 교실에서 아이들의 미래와 희망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보는 '교실에 미래와 희망이'라는 제목의 신년교육특집을 이어 간다.
교실수업 미래 전망 '매우 밝음'
지난달 18일 전라북도교육청은 ‘미래교육을 여는 수업혁신 발표대회’를 가졌다.
이같은 형태의 발표회는 지난해 처음 진행됐으며 더 많은 현장 교사들이 참여하고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보고서 형태로 그친 게 아니라 현장 발표회 형식으로 치러졌다.
전북미래교육연구원 강부경 연구사는 "보고서 형태로만 가면 혁신적인 수업모델이 많이 보급이 안되기 때문에 발표회 형태의 공개 목적으로 진행해 많은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 형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회 현장에는 수백 여명의 교사들이 참석했으며 실시간으로 송출된 유튜브 생중계에도 3백 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발표 대회에는 보고서 심사의 예선을 거쳐 심사위원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교사들이 직접 해온 실적물을 검토하고 면접을 실시하는 등 현장실사와 보고서 심사 거 쳐서 7팀 14명의 교사들이 본선 경쟁을 치렀다.
발표대회 자리에 참석했던 한 학교 관계자는 "발표 교사들이 지난 1년 동안 각자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모습 자체가 아름다웠고 수업을 잘하기 위해 연구하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한 그런 모습들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발표 교사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 ‘수업혁신 대상(팀 부문)’을 수상한 '미래교실을 찾는 샘'(미찾샘)대표교사 전북사대부고 임이랑 교사는 "좋은 수업을 하고 싶고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4명의 팀원들의 공통된 생각이 300여 명의 참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수업혁신대회 후 임이랑 교사를 학교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먼저 수상을 축하한다. 어떤 생각으로 발표회에 참여하게 됐나?
임이랑 교사: 수업을 잘하고 싶어하는 교사들의 모임이다. 나름 괜찮은 선생이 되고 싶어하고 수업을 통해 희열을 느끼고 싶은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만들어진 동아리다.
모임을 통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됐는데 이런 경험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봤더니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기쁨과 성취감을 더 많은 선생님들과 나누면 더 많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마음에서 발표회에 참여하게 됐다.
프: 어떤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임: 제가 생각하기에는 모든 선생님들이 처음에 교사가 되기 위해 마음 먹었을 때는 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을 거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보는데 어떻게 해야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동아리가 발표한 내용이 그 자리에 참석한 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교사들의 마음은 같은데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혼자하면 무기력해지고 쉽게 포기할텐데 함께 고민을 나누고 방법을 찾아가는 방식을 전달해주기 때문에 혼자 고군분투할 때보다 쉽게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 함께 한 교사 네 분 교사의 과목도 다르고 근무지도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달랐는데 어떻게 함께 연구할 수 있었나?
임: 사실 그 분들은 동아리 ‘미찾샘’을 이끄는 운영진이다. 이 모임의 성격을 알리기 위해 같이 나간 것이고 또 모두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해서 학생들 진단방식의 교집합을 찾아 분석해서 아이들의 수준 차이와 학교별 문화차이를 종합적으로 진단해서 거기에 맞는 처방전을 소개한 것이다.
프: 학생들의 숫자가 학급별로도 차이가 있어서 학생 개개인에 맞는 처방까지해서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
임: '개개인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제가 가르치는 교실에는 선택교과 고교학점제 때문에 37명의 다른 반 아이들이 섞여 있다. 그러니까 처음엔 남녀 학생간에 말도 안하고 서로 친하지도 않고 낯을 가리기도 하고 예전 학교에서 성공했던 방식도 안 먹혔었다. 또 제 방식이 너무 튀면 같은 과목을 가르치시는 다른 선생님과 비교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는 거에요. 더구나 애들은 모둠활동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데다 학원을 너무 많이 다녀서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 에듀테크 도구를 이용해 개인적인 수준과 속도에 따라 결과물을 내고 나름 잘하는 애들은 지적 희열감을 느끼게 하고 좀 더딘 애들은 물어물어 이런게 있었구나 라는 정도의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개별화수업 방식을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안내한 거죠
프: '학교교육이 무너졌다'고들 하는데 과연 미래교실이 다가올 수 있겠나?
임: 미래의 교실을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전자칠판이랄지 노트북 보급이 미래의 교실에 대비하는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화려해보이고 여러 가지 에듀테크 툴들도 많아지고 그것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면서 격차가 커지는 것 같은데, 교사나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그렇지만 명품 옷을 걸쳐 입었다고 해서 마치 미래교실에 대한 준비가 다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명품 옷을 입었다해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이 없고 교사가 어떤 것에 가장 가치를 두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고 싶은지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 그런 에듀테크 기술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프: 교실 수업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임: 저는 일단 교사라는 타이틀을 붙이려면 수업을 하는 사람이 그게 본질이라고 생각한다.업무도 잘해야 되고 학급 경영도 잘해야 되겠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장악하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 교사라는 이름이 좀 어색하지 않을까?
행정 전문가나 상담 전문가나 그러니까 수업에서 아이들을 만나야 그 아이들의 고유한 고유성이 찾아지는 것 같다. 어떤 얘가 뭘 잘하는지 그러니까 단순히 좀 생각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깊이 있는 사고를 한다든지 아니면 좀 나보다 약하고 느린 친구들을 기꺼이 끌고 가면서 잘 챙기는 친구인지 그런 것들이 수업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생각한다.그리고 발견을 더 많이 다양하게 하려면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는 노력이 같이 수반되어야 그게 다 발견이 되는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리고 디자인을 잘하는 친구, 발표를 잘하는 친구, 토론에서 반론 되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반론을 잘 던지는 친구, 그리고 마인드맵 요약이나 그런 것들을 잘하는 친구, 그러니까 수업을 그냥 100%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만 했을 때는 ‘그냥 집중력이 좋다. 눈빛이 살아있다. 긍정적인 리액션을 한다‘ 이 정도밖에 아이들을 평가할 수 없지만 토론도 해보고 그다음에 프리젠테이션 발표도 해보고 역할극도 해보고 모둠끼리 가르치기도 해보고, 에듀테크 기술을 사용해서 PPT도 만들어 보고 여러 가지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면 그 학생들 중에서 예를 들면 얘는 별 볼 일 없어 얘는 뭐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는 거죠.뭐라도 잘하는 애가 있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하나라도 발견하고 알아채 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 학급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다양한 역량을 하나씩 하나씩 시도해서 알아주면 아이들도 결국에는 따라오고 그 진정성을 느끼고, 그리고 거기에서 ’단순하게 수치화된 성적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고 배움이고 수업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한다.
교사부터 변해야 한다
프: 수업혁신의 출발점은 어디에 둬야 하나?
임: 사실 입시제도 때문에 뭘 못한다고 한다면 답은 없다. 단기간에 그것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래서 고착화돼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거다. 일단 학생부터 변화하라고 하는 것은 순서가 아닌 것 같고 교사가 변하는 것이 맞다. 정말 변화를 위해 용기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프: 본인은 어떻게 시도했나?
임: 갑자기 틀을 확 바꿔서 나는 지금부터 이렇게 한다고 강요를 하면 아이들도 거부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너희들이 지금 단기적 목표로 삼고 있는 성적도 올려 줄텐데 이렇게 하는 방식이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는 방식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같이 해보자라고 설득도 하면서 또 하나는 ‘생기부’인데, 치사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강의식으로만 하면 너희들에 대한 생기부 기록도 별로 담을 게 없어, 아름답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해야 너희들의 공동체 역량이나 어떤 심리적인 역량, 창의성 이런 것들을 내가 발견하고 그런 것들을 기록해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한 것이 유효했다고 본다. 그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수준과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임: 나를 찾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사고하고 생각하는 그런 경험, 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문제는 많이 푼다. 답도 빠르게 찾는다. 근데 정작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하면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언제 행복한지 그런 것에 대한 고민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프: 그럼 ‘미찾샘’이라는 동아리에서 펼치는 교육활동이 아이들에게 그런 힘을 길러주는 교육방식이라고 보는가?
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청소년기에 그런 훈련이 없이 성장해서 어른이 됐을 때 누군가의 사고에 따라 다 휩쓸린다고 생각해보라, 자기 생각이 없는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소위 좋은 직업을 가진다고 했을 때 그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런 방식이 입시교육하고는 정말 안 맞는다. 그래서 이 두가지 방식을 동시에 가지고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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