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병원 입원 및 부재 사실을 나흘 동안이나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번 사건에 미 정부와 정치권 모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3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 1일 월터리드 국립 군 의료 센터에 입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며칠 동안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소식통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스틴의 입원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된 직후인 4일 오후 늦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알렸다고 한다"며 "오스틴 장관은 새해 첫날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스틴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본인의 입원을 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설리번 보좌관이 몰랐다면, 대통령이 알 방법이 없다. 그가 아니면 누가 오스틴 장관의 상태에 대해 말하겠나"라고 반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방송 CNN은 오스틴 장관이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긴장이 고조되는 홍해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과 통화에 참여했다고 통화에 정통한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오스틴 장관이 병원 입원 후에 이날 통화가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다만 "이 소식통은 회의에 참석한 오스틴 장관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의 부재에 대해 5일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1일부터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국방부 고위관계자를 인용,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이 1일부터 5일까지 일부 직무를 대행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9명의 국방부 관리들과 2명의 의회 보좌관들에 따르면, 오스틴의 입원은 공개 성명 발표 직전까지 국방부 고위 관리들과 의회 지도자들에게도 비밀로 지켜졌다. 일부 국방부 관리들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오스틴의 상황을 알게 됐다"며 "국방부 관리들 중 한 명은 오스틴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장관이 그 주 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재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 오스틴 장관은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공공에 좀 더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의료 절차 중 하나였고 나는 스스로의 상황을 공개하는 결정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입원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이날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스틴 장관과 통화했다면서 이를 "따뜻한 대화"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그가 국방부로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오스틴 장관이 대화를 나눴다며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백악관과 행정부의 직원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매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직원들은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의 상태를 알려주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국방부는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공개했고, 공개 성명을 발표하기 약 15분 전에 의회에 알렸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 정부 관리 중 한 명이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NSC와 국방부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의 소재를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 미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오스틴 장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백악관에 알리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은 매체에 국방부가 오스틴의 상태와 소재에 대해 NSC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NSC는 팀의 일부이고, 가족의 일부"라며 "대통령은 그의 내각 구성원들이 항상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이글 의원은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의 입원을 한동안 알리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항상 언론에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이는 신뢰에 관한 것"이라며 "만약 내가 병원에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나는 언론에 똑바로 알리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해병대 소장이자 상원 군사위원회의 전 참모장인 아놀드 푸나로는 "국방부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도적인 논의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이 백악관에 며칠 동안 그의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즉각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 로저 위커 상원의원 역시 오스틴 장관의 침묵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했다.
미 국방부 기자협회 역시 오스틴 장관의 상태와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분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미 각료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마취 상태이거나 의료 절차의 결과로 직무가 위임됐을 때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그것은 대통령들도 해왔던 관행"이라며 "오스틴 장관은 미국 국방부 최고 지도자로서 이같은 상황에서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국방장관의 입원이나 일시적인 업무 불능을 언제 발표할지에 대한 표준 규약이 어없다며, 병세의 심각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전 육군 참모총장 브래드 카슨은 매체에 만약 오스틴 장관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 의회는 분명히 알고 싶어하겠지만, 그가 의사의 감독 하에서도 여전히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런 경우 의회에 통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체는 오스틴 장관의 이번 부재 사건이 중동 지역 갈등이 여러 방면에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외 안보 유지가 중요한 시점에서 국가 안보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장관이 대통령에게도 본인의 부재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우회적인 지적이다.
CNN은 "국방장관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날 매우 민감한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눈 사실, 그리고 백악관이 며칠 뒤에야 이 문제를 알게 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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