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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관료집단, 왜 개혁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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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 관료집단, 왜 개혁이 필요한가?

[기고] 너무 보수화된 관료집단

관료를 의심하라

청와대 관계자가 한 정부부처에 하반기 콘텐츠를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더니 연초 업무보고의 재탕 수준 자료를 제출했다며 청와대가 복지부동 무사안일, 관료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흔히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줄 것으로 이해되는 고용노동부가 일선 근로감독관의 삼성의 불법노동행위 관련 보고서를 묵살까지 하면서 삼성을 적극적으로 비호하고 그 '대변인' 역할을 수행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 차관은 삼성과의 접촉을 지시하고 출구전략까지 만들어 넘겼다.

그런가 하면 현직 경찰간부는 삼성노조 와해 공작에 도움을 주고 삼성전자 측에서 수 천만 원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한편 교육부의 한 간부는 사학 비리를 고발한 내부고발자의 정보를 해당 비리사학 측에 고스란히 넘겨주었다.

이 나라 관료집단은 이미 너무나 보수화돼 있다

우리 사회에서 관료란 어떤 의미를 지닌 집단인가?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진영논리'에만 파묻혀 있다. 정치권력이 문제인 것이지 관료집단에겐 전혀 죄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선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어떠한 부당한 지시에도 무조건 따르던 충복이었다. 당시 상황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 관료들은 변함없이 그런 관행으로 일관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어떤 권력이 집권해도 거기에 비위를 맞추고 아부할 자세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흔히 관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먼저,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근거로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절대 다수의 공무원은 단지 시험이라는 절차만으로 선발된다. 근본적으로 지식의 단순비교 방식인 이러한 시험 선발방식은 갈수록 복잡화하는 현대 사회의 변화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 선발이라는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특히 현재 공무원 시스템은 대부분의 경우 2년에 한번 꼴로 주기적으로 순환 근무한다. 전문성이 생길 리 없다.

이 나라 관료집단은 이미 너무나 보수화돼 있다. 이 땅의 관료집단은 한편으로 분단과 독재정치 체제의 과잉보호와 다른 한편으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왜곡 성장해왔고, 그간 단 한 번도 개혁다운 개혁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 관료집단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정치권은 오로지 '진영논리'로만 치달아 정치투쟁에만 열중했고, 또한 이들을 감시해야 할 감사원은 세계 유일의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지금 '이방'과 '형방'이 좌지우지하던 조선시대와 얼마나 다를까?

획일적인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오직 승진만이 지상 목표가 된 이 관료조직, 이 구조와 그 구성원들은 그간 블랙리스트며 역사교과서, 댓글부대 등등 그 어떤 일도 마다하는 법이 없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평가 역시 철저히 권력의 입맛에만 부응했다. 보수 정치권력은 동일 성향의 관료조직과 함께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보수통치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 정부'도 '참여정부'도 관료집단을 '전문가집단' 및 '권력의 기반'으로 간주하면서 철저히 의존했고, 결국 거기에 이끌려 '업혀간' 성격이 강했다.

관료집단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시대에 아전(衙前)이란 사회적 지위가 낮았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자면 멸시를 받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아전들이 실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컸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었고, 세금을 더 걷을 수도 덜 걷을 수도 있었으며, 어떤 공사든지 중단시킬 수도 있었고 혹은 더 크게 짓도록 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에서 특히 극심했다. 아전들은 지방의 실제 정황에 매우 정통했고 관아의 하부 행정 역시 오직 아전들만이 이해하고 처리해낼 수 있었으므로 지방으로 파견되는 관리들은 전적으로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각 아문(衙門)의 각종 법률 조문들도 모두 아전들이 제정했다. 조례의 제정은 대부분 이들의 의지가 조정(朝廷)의 의지로 전화됐고, 지방 관리의 임명은 대개 이부(吏部) 서리가 결정했다. 사실상 실제적인 일체의 사무에 있어 이들 아전들이 전문가였고, 따라서 그 처리는 철저하게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방'과 '형방'이 백성의 삶을 좌지우지하던 조선시대의 그 모습과 지금의 우리 사회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라다운 나라, 관료개혁이 필수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조직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극한적으로 보수화되고 구태의연한 관성에 매몰된 현 공무원 조직 체계에서 너무도 빨리 보수화되고 결국 '무능'해질 뿐이다.

공무원 관료조직은 한 나라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틀이며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그야말로 제1선의 현장이다. 현장이 바뀌지 않고서 국민들이 변화를 실감할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권이란 전체 공무원조직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권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관료들은 바뀌지 않은 채 언제나 강고하게 온존하며 핵심적인 자리를 장악하고 있다. 이러니 정권은 잡았지만 계속 공무원 집사에게 곳간 열쇠와 부엌살림을 맡기는 '청와대 하숙생 신세'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수면 아래 잠겨 있는 거대한 이 관료조직을 바꿔내지 않고서 이 나라와 민족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격이다. 지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관료조직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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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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